김형태 아프로알앤디 대표가 서울 구로동 본사에서 최근 새로 설치한 지그가공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형태 아프로알앤디 대표가 서울 구로동 본사에서 최근 새로 설치한 지그가공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균관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학사·석사·박사)한 김형태 씨는 2001년 창업을 앞두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33세. 그는 ‘신뢰성 검사’라는 새로운 분야에서의 창업을 고민하고 있었다. 자동차 부품, 기계 부품, 전자 부품 등의 고장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업이다.

자신의 전공 분야와 선진국 트렌드에 비춰볼 때 이 분야는 꼭 필요한 사업이고 누군가는 해야 할 사업이었다. ‘만약 사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대기업에 취직해서 안전하게 직장생활하는 게 낫지 않을까.’ 잠자고 있는 두 딸이 어른거렸다.

그는 아내에게 조언을 구했다. 아내의 대답은 간단했다. “남자가 왜 그렇게 겁이 많아요. 실패하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풀빵장사하면 되지.”

용기를 얻은 김씨는 그길로 창업에 나섰다. 서울 구로동에 본사를 둔 아프로알앤디(대표 김형태·55)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서울 구로동 △경기 성남시 △경기 광주시 △충북 음성 등 네 곳에 사업장(연구소, 자회사 포함)을 둔 국내 굴지의 신뢰성 검사업체로 자리잡았다. 주요 고객은 정부기관과 국내외 기업 등 500여 곳에 이른다.
아프로알앤디, 첨단장비·숙련 인력·프로 서비스정신 3박자 갖춰 신뢰성 검사 분야 '우뚝'
이 회사는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마찬가지다. 작년엔 약 50억원을 투자해 충북 음성에 부지 약 5000㎡, 연면적 2000㎡ 규모의 연구소를 개설했다. 여기에는 수소전기자동차 부품과 관련된 각종 첨단 테스트장비를 구축했다.

구로동 본사엔 전력반도체 테스트 관련 설비를 추가로 들여놨다.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 신뢰도검사 분야에도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순간적인 에러에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각종 기기를 연결해 통제하는 소프트웨어가 주행 환경에서 문제가 없는지 필드테스트하는 분야다.

이같이 각종 첨단설비와 시설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그동안 대당 10억원이 넘는 고가 장비를 사들이는 등 창업 이후 200억원어치가 넘는 시험장비를 구입했다. 중소기업으로선 쉽지 않은 투자다. 이들 장비를 운용하기 위한 건물 마련에도 약 200억원을 투자했다.

사업은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자동차 부품 등의 고장 분석 △국내외 주요 규격 시험 △현미경분석 유기분석 등 각종 분석 △표면 물성, 기계적·전기적 물성, 코팅접합 등 물성 평가 △환경시험 내구성시험 등 각종 신뢰성 시험 등이다.

주력 사업인 신뢰성 시험 사업은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분야다. 신뢰성은 공학분야 전문용어다. ‘제품이 주어진 환경에서 일정 기간 고장 없이 원래 성능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개발은 연구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렇다고 해당 제품이 다양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제 성능을 발휘하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예컨대 자동차부품의 경우 혹한 혹서 진동 분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정해진 성능을 지속 유지해야 한다. 좋은 부품을 개발했어도 영하 30도 이하의 혹한지역에서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해당 부품은 자동차에 장착될 수 없다. 신뢰성은 ‘실제 환경’과 ‘시간’이라는 변수를 고려해 제 성능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신뢰성 시험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국내 기업이 아무리 우수한 부품을 개발해도 수요 업체에서 이를 신뢰하지 못하면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소부장 국산화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것도 신뢰성 검사다.

김형태 대표는 “믿을 만한 곳에서 정확한 검사를 하고 이를 토대로 제품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면 국산화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로알앤디를 “기업을 치료하는 기업”이라고 설명한다. 일종의 ‘기업을 위한 대학병원’이다. 사람이 몸이 아프면 동네 의원으로 달려간다. 종합진료가 필요하면 더 큰 병원으로 간다. 그래도 원인과 병명을 찾지 못하면 대학병원을 찾는다. 각종 첨단 장비와 대학교수급 전문의들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의원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복잡한 질병을 찾아내고 처방한다.

병원은 사람을 대상으로 진단과 처방을 내리지만 이 회사는 기업의 제품을 대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지 진단하고 처방을 내린다. 이 회사가 지속 성장하는 비결로 △첨단장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 △숙련된 인력 △프로다운 서비스정신 등이 꼽힌다.

이 회사는 번 돈의 대부분을 첨단장비와 시설에 투자해왔다. 이 회사는 엑스레이장비 초음파장비 전자현미경은 물론 진동시험기 소음측정기 집속이온빔장비(FIB) 등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기차 바퀴에 결함이 생기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비파괴검사 장비인 엑스레이나 초음파장비 등으로 검사하고 필요할 경우 조직검사도 하게 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게 집속이온빔장비다. 시료를 얇게 깎으면서 내부를 볼 수 있는 장비다. 고해상도 전자현미경이 달려 있어 내부 구조를 정확히 볼 수 있다 .

경기 광주 연구소엔 자동차·전기·전자제품 부품 복합진동시험기가 설치돼 있다. 자동차가 덜컹거리며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부품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한다. 이런 테스트를 거쳐야 비로소 신뢰성을 갖추게 된다.

시험검사 전문인력을 다수 확보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일자리 창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12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인원을 20명가량 늘렸다. 전체 직원은 약 70명에 이른다. 대부분 시험분석 전문인력이다. 김 대표는 “첨단장비도 중요하지만 정확히 검사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고장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이는 전문인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업의 연구개발에 공동 참여해 소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는 연구개발지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철저한 서비스정신도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른바 ‘프로정신’이다. 이 회사와 거래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은 500곳이 넘는다. 자동차 전자 기계 등 각 분야 기업들이 망라돼 있다. 이들이 신뢰성 검사나 고장검사를 의뢰할 때는 촌각을 다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원하는 시간 안에 정확한 결과를 제시하려면 프로정신이 있어야 한다. 김 대표는 이를 늘 직원에게 강조한다.

김 대표는 “정확한 신뢰성 테스트와 리포트를 통해 소재·부품 국산화를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뢰성검사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