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멤버 김성란 무급 헌신…'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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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에 만들어진 월드컵공원에 13년째 나무를 심고 가꾸는 시민단체 '노을공원시민모임'(이하 '모임') 운영위원 김성란(51) 씨는 숲 만들기 운동의 정신을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난지도는 1978∼1993년 서울의 생활 폐기물을 매립하던 곳이다.
이 기간 8.5t 트럭 1천300만대 분량의 쓰레기가 쌓여 해발 98m의 거대한 쓰레기 산이 생겼다.
이후 노을공원에는 골프장이 조성됐다.
40여개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운동을 벌인 결과 골프장이 대중적인 공원으로 전환했다.
이곳을 생태 공간으로 만들고 유지하자고 뜻을 모은 시민을 중심으로 2011년 8월 모임이 발족했다.
당시 공원 경사면은 나무 심기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상당히 척박했으며 과거에 매립한 쓰레기가 곳곳에서 지면에 노출되는 상황이었다.
김 운영위원은 "'풀도 자라지 않을 것이다.
나무를 심으면 다 죽는다',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초창기 주위의 냉소적인 반응을 회고했다.
우선 가파른 탓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토양층이 얕아서 시멘트 덩어리, 빈 병, 플라스틱 등이 나오곤 했으며 당연히 삽질하기도 힘들었다.
애써 심은 나무가 침출수의 영향으로 죽기도 했다.
그래도 시민들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모임은 2011∼2022년 봉사자 3만6천258명과 함께 노을공원과 하늘공원 내 46개 권역 약 16만5천㎡에 나무 141종 13만3천708그루를 심고 가꾸었다.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주경기장 잔디 넓이(9천126㎡)의 약 18배에 달하는 면적에 숲을 가꾼 것이다.
김 운영위원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인간인 내가 싫어질 정도로 정말 쓰레기 산이었다"며 달라진 공원 모습을 보고서 "삶이라는 건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세상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숲을 가꾼 소감을 밝혔다.
그는 "(숲 만들기를) 같이 한 사람들뿐 아니라 여기서 살아 준 동식물에게도 굉장히 고맙다.
이런 곳에서 살아주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여러분들, 나무 아플까 걱정하시지 마시고 저렇게 꾹꾹 밟아줘야 하고요.
이때 나무는 수직으로 세워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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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창립 멤버인 강덕희 전 사무국장은 봉사활동을 온 한 기업 신입사원들에게 나무를 많이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그루를 심더라도 잘 심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신입사원들은 강 전 사무국장 등의 안내를 받아 공원에 떨어진 살구씨를 모아서 '시드뱅크' 방식으로 파종하고, 구덩이를 파서 들메나무·모과나무·돌배나무·자작나무를 옮겨 심으며 구슬땀을 흘렸다.
모임이 고민한 것 중의 하나는 물을 확보하는 방법이었다.
침출수 발생을 줄이기 위해 빗물이 신속하게 배수되도록 설계한 탓에 공원에는 물이 귀하다.
그냥 두면 인공 배수로를 따라 방출될 빗물 중 155t을 이렇게 저장해놓고 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 사용한다.
한강 물을 펌프로 끌어올리는 공원 시설이 있지만 가급적 빗물을 그대로 이용하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동물들을 위한 오아시스도 만들었다.
300∼500ℓ 크기의 고무통을 땅에 묻은 뒤 바닥에 흙을 채우고 수초를 심어 작은 연못처럼 꾸민 '동물 물그릇'을 곳곳에 조성했다.
땅에 구덩이를 파고 씨앗을 직접 심는 노천파종, 나무를 키울 자리에 흙과 씨앗을 넣은 천연 소재 마대를 깔아주는 시드뱅크, 씨앗으로 키운 어린나무 이식, 시민들에 씨를 나눠준 뒤 집에서 싹을 틔워 보내면 공원에 다시 심어 키우는 '집씨통' 등 4가지 방식으로 숲 만들기를 하고 있다.
김 운영위원은 "사람들이 자기 안에 있는 희망을 보고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택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성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느끼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제 모임 설립 초기 이곳에 심은 나무가 크게 자라서 그 씨앗을 다시 심을 정도로 생태 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상징적인 의미에 주목해 씨앗을 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숲을 위해서도 유익한 방식이다.
즉 씨앗을 이용한 나무 번식은 유전적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포기나누기나 꺾꽂이와 같은 영양번식은 단기간에 큰 나무를 기르는 데 유리하지만, 모체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가 된다.
시민의 정성과 식물의 놀라운 능력 덕분에 그간 가꾼 숲의 절반 정도는 사람이 돌보지 않아도 동물과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모임은 판단하고 있다.
올해는 권역과 권역 사이를 잇는 이른바 '개미 숲' 가꾸는 데 힘을 쓸 계획이다.
모임은 숲들이 천이(遷移·시간이 흐름에 따라 식물군락이 변천하는 것)하고 확장해 연결된 큰 숲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세상도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모임은 공원에 오는 봉사자들이 자연과의 공존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집합 장소에서 나무 심는 곳으로 이동할 때는 공원 측이 운영하는 전기차를 타는 대신 걸어가자고 제안한다.
참가자들이 장갑을 샀다가 쓰고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장갑을 제공하고 작업이 끝나면 세탁해서 재사용한다.
물티슈 대신 수건을 권하고 일회용 플라스틱병에 든 물을 가져오지 말라고 안내한다.
하지만 집에서 물병에 넣은 물이 애초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배달된 것이라서 찜찜함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김 운영위원은 "환경에 이로운 일을 하고 싶어서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라고 하면 마음의 짐이 된다.
그러다 보면 타인을 대할 때도 '저 사람 또 페트병 쓰네. 비닐도 버리네' 그런 것만 보인다"며 "너무 어렵게, 너무 멀리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너그러움을 잃으면 환경에도 이롭지 않을 것"이라며 "누군가의 실수에 너그러워지려면 자신에게도 너그러울 수 있어야 한다.
욕심부리지 말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나 했으면 '아! 나 잘했다'라고 스스로 칭찬하고, 또 생각날 때 실천하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원외고와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도쿄외국어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을 마치고 2007년 귀국해 대학에 출강하고 연구소에 자리도 얻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아이들(학생들)이 보기에는 곧 교수가 될 기득권자"였다.
그는 거의 매일 노을공원으로 출근하다시피 하며 야근도 자주 한다.
운영위원은 일종의 자원봉사자라서 급여가 없다.
그의 용기 혹은 무모함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몽땅 내려놓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정말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살았을 때 정말 행복하더라. 이렇게 살아도 되더라'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있도록 다시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루하루 하다 보니 13년간 굶어 죽지 않고 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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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