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해운업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데 합의했다. 국내 해운업계는 녹색 비용 부담이 커진 반면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 발주 증가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해사기구 "2050년 선박 탄소제로 합의"
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IMO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 연례회의에서 회원국들은 2050년께 해운업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내용을 담은 온실가스 감축 전략(GHC) 개정안을 채택했다. 회원국들은 다양한 국가적 상황을 고려해 2050년까지 혹은 ‘그 무렵’에 국제 해운 탄소중립에 도달하기로 했다. 합의문에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20%(30%까지 노력), 2040년 70%(80%까지 노력) 감축해야 한다는 단계적 목표치도 담겼다. 다만 단계적 감축량은 의무 목표가 아니고 점검 차원의 지표다.

또 탄소감축률 달성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1t의 화물을 1해리 운송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지수화한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 기준이 마련된다. 탄소를 배출한 만큼 부담금을 납부하는 탄소부담금 제도의 도입도 논의됐지만 이날 결정되지는 않았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이 반대해 이견이 있었다”며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IMO가 탄소 배출 규제에 속도를 내면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7%가량을 차지하는 해운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탄소 부담금과 친환경 선박 발주에 따른 비용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선사에 비해 탈탄소화 준비가 부족한 중소형 선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에선 HMM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사가 자금 부족으로 친환경 선박 발주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중소 선사들에 탈탄소화를 압박하는 IMO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국내 해운사들이 새로운 환경 규제에 적응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친환경 선박 발주와 관련한 금융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을 마련해 친환경 연료 선박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가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국은 이 같은 환경 규제에 더 불리한 면이 있다”며 “금융 지원책 등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중소형 해운사들은 생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와 달리 조선업계는 새로운 환경 규제에 반색하고 있다. IMO의 새 합의는 친환경 선박 건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의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는 조치여서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HD한국조선해양이 2021년 8월 세계 최초로 덴마크 선사 머스크와 1만6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8척 건조 계약을 맺기도 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은 선가가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만큼 한국 조선업계의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