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경찰서 교통안전계 사무실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비 오는 날이면 차량정체가 더 심해지고 도로 위 물 고임 같은 신고가 늘어날뿐더러 빗길 교통사고 예방, 하천 수위 확인과 같은 업무가 더해지는 탓이다.

29일 오후 4시께 동대문구 제기동 성바오로병원 교차로 앞에서 만난 김남수(53) 경위는 '경찰'이라고 적힌 긴 형광 우비를 입고 한 손에 경광봉을 든 채 교통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보행자 신호가 끝나갈 때쯤 뒤늦게 건널목을 건너는 노인을 발견하자 호루라기를 불며 곧바로 달려가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안내하기도 했다.

김 경위는 비가 많이 오는 날엔 더 많이 긴장하게 된다고 했다.

"접촉 사고도 잦아지고 맑은 날보다는 미끄럼 사고도 늘어나니까요.

저희는 특히 중랑천을 담당하고 있어서 하천 수위가 높아지면 동부간선도로를 통제해야 하다 보니 직원들은 더 힘들 수밖에 없어요.

"
29일 하루 동안 동대문경찰서엔 교통 관련 신고가 28건 들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맑은 날과 비교해 신고 건수가 급증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비가 오면 업무가 평소보다 늘어난 상황에서 신고 1건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길어져 교통경찰관의 업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경위는 동부간선도로에 생긴 싱크홀을 처리하는 데 이날 오전 시간 대부분을 써야 했다.

"비가 오면 혹시 모를 침수 사고에 대비하려고 순찰을 돌거든요.

오늘 아침에도 그러다 동부간선도로에서 싱크홀을 발견했죠. 서울시설공단에서 긴급 보수작업을 하는 동안 저희는 교통 통제와 정리를 하는 거예요.

차로를 하나 통제하면 차가 많이 밀리거든요.

"
교통안전계 3팀 소속 임지민(27) 경장은 "이런 날에는 근무자 대부분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9명으로 구성된 1개 팀이 동대문구 전 권역의 교통 상황을 관리하기란 여간 벅찬 일이 아니다.

임 경장은 인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동부간선도로를 포함해 담당 구역이 넓은 동대문경찰서는 다른 경찰서에 비해 다행히 팀원도 순찰차도 많은 편이라고 했다.

장마철이 되면 하루 종일 거센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아가며 도로 위에 서 있는 것도 교통경찰관의 또 다른 고충이다.

김 경위는 "우비를 입어도 비가 쏟아지면 바지와 양말이 다 젖어서 집에서 갈아입을 옷을 챙겨온다.

만반의 준비를 해와야 한다"며 엷은 웃음을 지었다.

"오늘도 오전에 우비랑 장화 안으로 빗물이 다 들어와서 이미 한 번 옷을 갈아입었어요.

안이 다 젖은 장화를 신을 수가 없어서 신발도 갈아신었고요.

이것마저 젖으면 순찰차에서 에어컨을 세게 켜서 좀 말려봐야죠."
하지만 교통경찰관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늘어나고 수고로움이 배가 되는 것보다 시민들의 안전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 경장은 "비가 많이 내리면 운전자의 경우 시야 확보가 어렵기도 하고 야간에는 보행자들도 위험하기 때문에 비상 체계에 돌입한다"며 "사고 예방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김 경위는 "요즘에는 배달 오토바이나 킥보드 같은 이륜차가 많이 늘어나 사고 위험이 높다"면서 "비 오는 날에는 운전자도 보행자도 모두 안전에 좀 더 유의하는 시민의식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