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김병언 기자
양향자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김병언 기자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26일 신당 '한국의희망' 창당을 선언했다. 무당층 비율이 30%에 달하는 상황에서 내년 4월 총선에서 의미 있는 득표율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 의원은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진영논리와 부패에 빠진 나쁜 정치, 낡은 정치, 특권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며 "좋은 정치·과학 정치·생활 정치가 만들 새로운 시대로 이제 건너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총선은 과정일 것이고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가 운영"이라며 "2027년 정도 되면 수권의 능력을 갖추는 것이 저희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의희망에는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임형규 전 SK그룹 부회장 등이 대표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특히 최 교수가 창당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창당 취지 발제를 통해 "한국의 정치 기술자들은 여전히 진영을 나누고, 자신의 지지자들을 생각이 끊긴 홍위병으로 길러내며 연명하고 있다"고 한국 정치의 현실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극심한 사회분열, 정치갈등, 포퓰리즘, 부패가 팽배하면서 번영을 지속한 나라는 단 하나도 없다"며 이를 타파할 신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현역 의원 중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만 얼굴을 비췄다. 양 의원은 "관심 보이는 분들은 상당히 많이 계셨으나, 지금의 소속된 정당의 알을 깨고 나오실 분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총선이 다가올수록 판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향자 의원이 '한국의희망' 창당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양향자 의원이 '한국의희망' 창당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한국의희망은 블록체인 플랫폼 정당을 표방한다. 당원에게 정치 자금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천 과정에서는 정책 능력이 있는 사람의 SBT(Soul Bound Token·소유자의 신원 증명 기능이 있어 거래하거나 양도할 수 없는 토큰) 순위가 올라가 능력이 있는 사람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양 의원은 "밀실 공천이나 벼락공천은 물론 '돈 봉투 사태'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북유럽식 정치학교를 도입해 체계적으로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적 지위, 혜택, 지원을 포기하겠다고도 선언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불체포특권 포기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광주 서구을에 지역구를 둔 양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를 옮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 의원은 "당원들의 뜻에 따라 출마를 결정하겠다"며 "그곳이 험지라고 할지라도 의미가 있는 곳이라면 선택해야 한다고 다짐한다"고 했다.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추진하는 제3지대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는 "아직까지 제 관심사는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금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 준비 모임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은 이날 편의점 점주 곽대중(필명 봉달호) 씨를 대변인으로 영입하는 등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