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탈출 청신호…하반기 전기료 인상 압력 낮아질 듯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

전기요금이 지난달 1년7개월 만에 전력도매가격(SMP)을 웃돌면서 한국전력이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역마진이 해소되면 한전 적자가 줄어들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낮아지고 한전채 발행 속도도 둔화할 수 있다. 다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2021년 이후 올 1분기까지 쌓인 누적 적자만 45조원에 육박하는 점은 부담이다.

19개월 만에 전기요금>전력구매가

25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5월 SMP는 ㎾h당 143.6원으로 작년 12월 267.6원보다 46.3% 하락했다. SMP는 한전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가격이다. 2년 전인 2021년 5월만 해도 SMP는 ㎾h당 79.1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2021년 11월 127.1원으로 뛰었고, 당시 전기요금(㎾h당 114.2원)을 앞질렀다. 이어 작년 말에는 ㎾h당 267.6원까지 치솟았다. 2020년 MMBtu(가스 열량단위)당 4.4달러이던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18.8달러, 지난해 34달러로 뛰었고, 석탄가격도 2020년 t당 60.2달러에서 지난해 361.3달러로 폭등했다.

하지만 올 들어 에너지 가격이 급락하면서 SMP도 하락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올 들어 이달 16일까지 59% 하락했고, 석탄 가격도 같은 기간 42% 떨어졌다.

반면 전기요금은 올 1월 ㎾h당 13.1원, 5월 15일 8원 등 13.2% 올랐다. 전기요금이 2021년 10월 이후 19개월 만에 SMP보다 높아진 배경이다.

통상 에너지 가격이 SMP에 반영되는 데 6개월가량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SMP보다 전기요금이 높은 상황이 적어도 올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가격 안정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경우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정치권이 총선을 의식해 전기요금을 누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경제 논리로 따져도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전 3분기 흑자전환 관측

한전으로선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파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증권가에선 한전이 분기 기준으로 올 3분기부터 흑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전의 3분기 영업이익과 관련, 메리츠증권은 3조2000억원, 신한투자증권은 1조8150억원을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금융시장을 압박하던 한전채 발행 속도도 둔화할 수 있다. 이달 22일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77조4000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9조원 더 늘어났다. 한전채 발행 한도(자본금+적립금의 5배 이하) 측면에서도 여유가 생긴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을 아예 중단할 순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전은 2021년 5조8465억원, 지난해 32조6552억원, 올 1분기 6조1776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이 기간 누적적자만 45조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2026년까지 누적적자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 번에 대폭 인상하지는 않더라도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을 정상화할 필요성은 여전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누적적자는 물론 한전 전력망 투자 여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