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부터 시작…하회마을서 즐기는 전통 불꽃놀이
오는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시연
밤하늘 수놓는 불꽃의 향연…안동 하회마을 선유줄불놀이
"천천히 떨어지는 불꽃에서 폭죽과 다른 매력이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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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8시께 '하회 선유줄불놀이'가 벌어지고 있는 경북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백사장.
높이 70m 부용대 절벽에서 강 건너 만송정숲까지 연결된 동아줄 5개에 매달린 낙화봉들에 연이어 불이 붙으며 불꽃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낙화봉은 종이 봉지에 숯을 넣어 만든 것으로, 불을 붙이면 불꽃이 튀며 타오른다.

20여분 뒤 줄 5개에 내걸린 낙화봉 모두에서 자그마한 불꽃이 분분히 떨어지자 곳곳에서 탄성이 들려왔다.

한 줄에 300개씩, 모두 1천500개의 낙화봉이 여름 밤하늘을 불꽃으로 가득 수놓은 것이다.

백사장과 소나무 숲을 가득 채운 관광객 7천여 명의 눈은 밤하늘에 흩날리는 불꽃에 집중됐다.

하회 선유줄불놀이는 전통 방식으로 매듭지은 새끼줄에 낙화봉을 매달아 불을 붙여 강으로 불꽃이 쏟아지게 하는 '줄불'과 양반들의 뱃놀이인 '선유'(船遊)가 합쳐진 불꽃 축제다.

또 강물 위에서는 달걀 껍데기 속에 기름을 묻힌 솜을 넣고 불을 붙인 달걀 불이 떠다니는 '연화'도 감상할 수 있다.

줄불놀이가 최고조에 이르면 부용대에서 소나무 묶음에 불을 붙여 떨어트리는 '낙화' 행사도 선보인다.

밤하늘 수놓는 불꽃의 향연…안동 하회마을 선유줄불놀이
대구에서 온 권혜령(24) 씨는 "불꽃이 천천히 떨어져서 폭죽으로 하는 불꽃놀이와는 다른 매력이 느껴져 좋았다"며 "지역에서 이런 불꽃놀이를 볼 수 있어 운이 좋은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온 신정빈(28) 씨는 "카메라에는 다 담기지 않는 장관"이라며 "어느 곳에서 봐도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많은 관광객이 조용히 쏟아지는 불꽃을 보며 '불멍'(불을 보며 멍하니 있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을 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등 초여름 밤의 불꽃놀이를 즐겼다.

유한철 안동 하회마을 보존회 사무국장은 "하회 선유줄불놀이는 지난해 18만여명이 찾은 전국 최대 규모의 전통 불꽃놀이 축제"라며 "많은 관광객이 찾는 만큼 안전하고 쾌적하게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시와 한국정신문화재단은 관광거점 도시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이날부터 오는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선유줄불놀이를 시연한다.

마지막 달인 10월에는 7일과 28일 두 번 시연한다.

밤하늘 수놓는 불꽃의 향연…안동 하회마을 선유줄불놀이
올해는 줄불놀이에 사용되는 낙화봉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 행사도 마련됐다.

관광객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하회마을 입구에서 행사장 인근까지 셔틀버스도 운영된다.

밤하늘 수놓는 불꽃의 향연…안동 하회마을 선유줄불놀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