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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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콘서트 티켓 '20만원 시대'가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공연 시장은 활황을 띠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3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전체 공연 건수는 총 3415건이며, 티켓 판매액은 2167억원이었다.

대중음악 공연은 아이돌·트로트 가수의 인기에 힘입어 공연 티켓 판매액의 28.1%(609억원)를 차지했다. 보고서를 토대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센터는 "K팝이나 트로트 등은 음악 팬들의 적극적 참여로 우수한 티켓 판매액을 발생시키고 있으나 이와 같은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적은 공연 횟수와 낮은 티켓 가격으로 미미한 수준의 티켓 판매액만 발생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아이돌 콘서트는 팬들의 충성심을 등에 업고 티켓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전 2019년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렸던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는 전석 11만원에 판매됐다. 2018년 KSPO 돔에서 열린 블랙핑크의 공연 또한 전석 11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곳에서 진행된 두 팀의 콘서트 티켓 최고가는 VIP 22만원, 스페셜 굿즈가 포함된 플래티넘 핑크 좌석 26만4000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며 크게 오른 인건비, 물가 상승으로 인한 제작비 부담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K팝 콘서트 외에 뮤지컬, 연극 등의 티켓 가격도 오른 상태다. 공연 애호가들은 작품의 퀄리티만 보장된다면 어느 정도의 티켓값 상승은 이해한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팬심을 이용한 과도한 인상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팬덤 비즈니스를 토대로 성장하고 있는 K팝 콘서트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콘서트를 가려니 등골이 휜다"는 말이 나온다. 그룹 엔하이픈의 팬이라는 한(21)모 씨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티켓값에 차비와 숙소까지 고려하면 쓰는 돈이 50만원을 훌쩍 넘긴다"고 말했다. 세븐틴의 팬 차(31)모 씨는 "티켓값만 20만원인데 좌석을 직접 고를 수도 없다니 팬심을 과하게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븐틴 콘서트 '팬클럽 추첨제' 당첨자들이 결제 후 좌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일정 /사진=위버스
세븐틴 콘서트 '팬클럽 추첨제' 당첨자들이 결제 후 좌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일정 /사진=위버스
유독 비난의 화살이 꽂히고 있는 건 하이브다. 하이브는 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비롯해 레이블 아티스트로 세븐틴, 프로미스나인, 엔하이픈, 르세라핌, 뉴진스, 보이넥스트도어 등을 두고 있는 국내 주요 4대 가요 기획사다.

최근 하이브의 콘서트 관련 각종 정책에 볼멘소리가 나온다. 먼저 하이브는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등의 콘서트 티켓 VIP석을 19만8000원으로 책정했다. 이를 두고 2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매년 피켓팅 대란을 불러온 싸이의 '흠뻑쇼' 최고가 티켓 가격 16만5000원과 비교해도 3만3000원 비싸다. 10월 내한 예정인 미국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의 공연 최고가 18만7000원보다도 1만1000원 비싼 가격이다. 추첨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팬클럽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 멤버십 가입비(2만2000원)까지 부담하면 가격은 20만원을 넘긴다.

가격보다도 문제가 된 건 '팬클럽 추첨제'다. 티켓이 오픈되면 원하는 자리를 지정해 결제하는 일반적 방식이 아닌, 팬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응모를 받아 추첨을 통해 좌석 결제 권한을 준다. 당첨된 이들은 결제를 진행하면 되는데, 문제는 자신의 자리를 결제일이 지나서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정확한 구매 조건을 모르는 채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구매하는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석 등급을 시야에 따라 세분화하지 않고, VIP(19만8000원)와 일반석(15만4000원)으로만 단순 구분한 것도 "소비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훼손했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하이브는 미국에서 실시간 수요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을 방탄소년단 슈가, TXT 공연에 적용했으며 향후 이를 더 확대할 방침이라 밝혔다. 가격 변동제에 따라 사실상 티켓을 구하려는 사람만 있다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 이를 통해 추가로 발생하는 티켓 수익을 가수와 공연 업체가 정당하게 돌려받으면서 동시에 암표를 막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건 오롯이 팬들의 몫이다.

하이브는 공연 산업의 활성화를 이끌었다는 명목으로 미국 빌보드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레이블즈 아티스트의 콘서트 기획 및 연출, 제작 업무 전반을 맡았던 한아람 실장은 음악 산업을 이끄는 40세 미만 젊은 리더를 발표하는 '2023 빌보드 40 Under 4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실을 홍보하며 아티스트들의 월드 투어 성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이브의 '팬클럽 추첨제'에 불만을 드러내는 팬들 /사진=트위터
하이브의 '팬클럽 추첨제'에 불만을 드러내는 팬들 /사진=트위터
하지만 실질적 소비자인 팬들의 공감을 얻었냐는 대목에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오랜 K팝 팬인 김(35)모 씨는 "팬들은 가격이 올라도 아티스트의 무대를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가격이 오른 만큼 기대감은 커지는데 그에 걸맞은 만족이 따라야 소비가 지속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 세계 팬들은 아티스트의 외모,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이들이 전파하는 가치를 좋아한다. 그 가치를 좋아해서 생긴 응집력이 해산하도록 행동하면 안 된다. 팬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사업군"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팬들이 예전처럼 수용적이지만은 않다. 팬덤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 표현을 해주고, 기획사에서는 이를 수정·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바람직한 관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