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가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 인도에 10년째 설치돼 있던 불법 천막을 행정대집행으로 철거했다. 그간의 철거 시도가 실패하자 이번엔 야간 기동반을 꾸려 농성자인 A씨 등이 철거 며칠 뒤 심야에 기습적으로 천막을 다시 설치하려던 것까지 막았다. 서초구가 뒤늦게나마 ‘적극 행정’에 나섰지만, 지난 10년간 해당 기업과 직장인 그리고 시민이 겪은 불편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현대차 사옥 앞에 A씨가 천막을 처음 친 것은 2013년이다. 그는 과거 일했던 기아차 판매 대리점 대표와의 갈등으로 용역계약이 해지됐음에도 고용관계가 전혀 없는 기아 측에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불법 천막이 철거된 현대차 사옥 앞과 달리 서초구 내 다른 대기업 인근에선 다양한 방식의 장기 농성이 여전하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는 승합차에 달린 앰프를 통해 장송곡을 트는 방식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집회 주체가 바뀌었을 뿐 장송곡 시위는 그대로다. 농성장 인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이트진로 사옥 앞도 부당영업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B씨가 인도에 트럭을 대놓고 확성기와 현수막을 이용한 시위를 10년 가까이 벌이고 있다. 종로구 KT 사옥 앞에서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C씨가 노숙 시위를 하고 있다.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는데도 막무가내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인도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자치단체 청사 주변, 심지어 지하철역과 공원에서도 천막을 설치하고 시위를 벌이는 사례가 빈번하다. 오죽하면 ‘천막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나. 지자체 허가를 받지 않고, 인도나 차도에 천막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런데도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제 철거에 앞서 3, 4일 걸리는 계고 기간에 장소를 옮기는 ‘메뚜기 천막’도 문제지만, 법 집행에 소극적인 지자체의 책임이 작지 않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합법일 때 존중받을 수 있다. 불법적인 방식으로 기업과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시위와 농성은 끝낼 때가 됐다.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면 엄정한 법 집행 이외엔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