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덕후들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책마을]
OTT 홍수 시대다.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1인치 (자막) 장벽'만 넘어서면 세계 각국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OTT 콘텐츠는 대개 그걸 만든 나라의 사회·문화·역사적 배경을 담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해외 콘텐츠를 볼 때는 그 속에 숨은 그 나라의 문화·역사적 배경을 뺀 단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넷플릭스 세계사>는 무심코 지나쳤던 드라마, 영화 속 역사를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다 지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으로 OTT 콘텐츠를 감상하도록 돕는 가이드인 셈이다.

이 책은 미국, 멕시코, 스웨덴,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제작된 스무 편의 콘텐츠를 통해 세계사의 주요 이슈에 관해 이야기한다. 두 저자는 영화 마니아이자 통신사 및 일간지 기자로 일해왔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인 만큼 이해하기 쉽고 단순명료하게 설명한다. 콘텐츠와 관련한 역사적 배경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저자도 책의 머리말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가장 쉽게 공부하려면 영상물을 보면 된다"고 했다.

이를테면 5장 '현대사의 특별한 순간'에서는 의문의 사건과 이념 분쟁, 젠더 갈등을 다룬 다섯 편의 콘텐츠를 소개한다. 이 중 하나가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인 '퀸스 갬빗'이다. 퀸스 갬빗은 고아원에서 성장한 소녀가 체스로 세계를 제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시대적 배경이다.

책은 퀸스 갬빗 이야기를 시작으로 체스의 기원, 미·소 냉전과 체스 경쟁, 체스를 둘러싼 여성 차별 등으로 확장한다. 10장 남짓의 분량에 이 모든 걸 담으려다보니 단편적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콘텐츠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재미를 위한 창작물이다. 실제의 극히 일부만 윤색된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간다. 그래서 콘텐츠와 연계해 세계사를 공부하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이 더 넓은 관심과 더 깊은 탐구의 세계로 안내하는 가이드가 되길 바란다" 했다. OTT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필요하다면, 훑어볼만 하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