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난치성 위암 특성 분석해 새 대사치료 기반 마련
국내 연구진이 유전체 분석 등을 통해 5년 생존률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난치성 위암의 특성을 규명했다. 기존 항암제가 잘 듣지 않던 이 암의 새 치료법 개발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연세대 의대는 황성순 의생명과학부 교수, 정재호 외과학교실 교수, 김재우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교수팀이 기존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SEM 위암의 항암제 저항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위암은 국내에서 폐암, 간암, 대장암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암이다. 유전자 발현 '분자아형'에 따라 구분하는 데 난치성으로 꼽히는 SEM 분자아형 위암은 전체 환자의 15~43% 정도다. 5년 생존율이 30% 미만으로 치료 효과가 떨어지지만 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황 교수팀은 SEM 위암 환자에게 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는 원인을 찾기 위해 유전체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SEM 위암에선 '장형 유형 위암'보다 글루타민분해효소(GLS)가 더 많이 발현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장형 유형 위암은 기존 위 질환이 위암으로 이어진 것으로, 가장 일반적 형태의 위암이다.

GLS는 암 세포가 대사를 위해 쓰는 효소 중 하나다. 암 세포는 빠르게 커지고 생존하기 위해 일반 세포와는 달리 몸 속 글루타민을 주요한 영양분으로 활용한다. 글루타민을 에너지원으로 쓰려고 GLS를 이용하기 때문에 상당수 암종에서 GLS 발현률이 높다.

황 교수팀은 SEM 위암 환자에게 GLS 억제제를 투여한 뒤 추가 유전체 분석을 했다. 이런 유형의 치료제가 효과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SEM 위암엔 장형 유형과는 달리 GLS 억제제가 잘 듣지 않았다.

SEM 위암 유전자의 3차원 구조를 분석했더니 SEM 위암 세포가 단일 탄소 대사를 활성화해 ROS 활성산소를 제거하면서 생존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위암의 새로운 대사 기전을 규명한 것이다.

황 교수팀은 세린대합성대사효소(PHGDH) 저해제와 GLS 저해제를 함께 투여하는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단일탄소 대사 활성화를 돕는 핵심 효소인 PHGDH을 억제해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실험용 쥐(마우스) 모델, 오가노이드 모델 등을 활용했더니 GLS 저해제와 PHGDH 저해제를 함께 투여한 모델에서 항암 효과가 뚜렷했다. 두 저해제를 따로 투여한 암 오가노이드 모델에선 크기 차이가 없었지만 함께 투여한 모델에선 암 크기가 대조군보다 5배 넘게 줄었다.

황 교수는 "GLS와 PHGDH 병용요법 치료가 난치성 SEM 위암의 새 치료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로날드 에반스 미 샌디에이고 솔크연구소 연구팀, 김현경 고대의대 교수팀 등이 참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