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노르망디 상륙 가까이 키이우 기습 등 전례 많아
러 1천㎞ '철통 방어선'…'약한고리' 터질지가 성패 관건
공격이 수비보다 어렵다…'우크라 대반격'도 역사의 되풀이
서방 진영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점령지를 뚫는 반격에 나섰지만 공세가 성공적인지 가늠하기는 아직 쉽지 않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 초반인 현재 병력과 장비 손실을 보고 있다는 미국 당국자들의 말을 전했다.

지난 한 주 친(親)러시아 성향의 블로거들이 유포한 영상과 사진을 보면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한 독일제 주력 탱크 레오파르트 2 최소 3대와 미국제 브래들리 장갑차 8대가 버려지거나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러시아군이 어느 정도 피해를 봤는지에 관한 정보는 거의 없으나 일반적으로 공격군은 진지를 구축해둔 방어군에 비해 더 큰 초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영토를 점령하는 것이 방어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전쟁사를 통틀어 여러 차례 입증된 명제다.

제2차 세계대전 유럽 전선의 판도를 뒤집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일 독일군 사상자는 4천∼9천명으로 추산됐는데, 독일군의 해안 방어선을 뚫고 올라간 연합군은 약 1만명의 사상자(사망 4천414명)를 내야 했다.

이번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역시 작년 적지 않은 병력 손실을 당하고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깊숙이 찔러 들어온 러시아군 기갑부대 행렬은 진흙탕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표적이 됐다.

지상군을 지원해야 할 공군이 우크라이나의 이동식 방공망에 막혀 국경에서 움츠러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속전속결' 전국 점령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개전 1년여가 흐른 지금은 공격·수비 입장이 전환됐다.

우크라이나군이 오랜 기간 준비한 대반격에 나섰고, 그간 점령지와 본토 방어 태세를 가다듬어온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을 막고 있다.

러시아의 유럽 방면 방어선은 총연장 약 2천㎞로, 2차대전 이후 최대 규모다.

이 중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포함되는 구간만 1천㎞에 달한다.

러시아군의 방어 진지는 차량 이동을 막는 장벽, 보병용 참호, 포병과 전투차량을 위한 사격 위치 등 약 2㎞ 정도에 이르는 두께로 겹겹이 구성된다.

우크라이나 동부를 관통해 크림반도 방향으로 길게 형성된 러시아군의 방어선에서 우크라이나군 지상군이 가장 먼저 맞닥뜨릴 것은 '용의 이빨'로 불리는 90∼120㎝ 높이의 피라미드형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은 이런 구조물을 늘어놓고 사이사이에 지뢰를 매설해 연합군 탱크를 저지하려 한 바 있다.

이번 전쟁에서는 러시아군이 전선을 돌파하려는 우크라이나군에 손실을 강요하기 위해 용치를 대거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격이 수비보다 어렵다…'우크라 대반격'도 역사의 되풀이
양측은 전선을 따라 매일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하루 동부 바흐무트 지역에서 200∼500m를, 남부 자포리자에서 300∼350m를 전진했다고 발표했다.

더딘 진격 속도에 더해 피해도 불가피하지만 이것이 '반격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앞서 12일 미국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의 주력부대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미국과 동맹국이 훈련한 우크라이나군 9개 여단도 아직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였다.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은 "탱크와 보병전투차량 수백대 정도의 대규모 기갑부대가 공격에 나선 것이 관측돼야 주공이 정말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그런 것을 못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처럼 특정 방어 거점을 기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현대전에서는 위성사진으로 병력 이동이 미리 감지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현재 움직임은 아껴둔 주력부대를 집중 투입할 러시아군 방어선의 '약한 고리'를 찾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군사분석가 세스 존스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전선의 약점을 시험하고 있는 것 같다"며 "허술한 요새와 취약한 방어 병력을 찾아 뚫고 들어갈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