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해외 출장과 각종 경비 지출을 줄이고 있다. ‘비상 경영’에 준하는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독] 위기의 네이버 "허리띠 졸라매 AI 투자 올인"

“출장 최소화” 화상회의로

1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주요 사업부는 강도 높은 비용 절감에 나섰다. 해외 출장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출장 인원수를 제한하고 최소화하는 식이다. 전년보다 40% 이상 비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은 사업부도 있다. 해외 출장 대부분 화상회의로 대체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기존 사업 계약으로 인한 후속 파견 등 꼭 필요한 지역으로의 출장만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네이버는 한국에서 약 2시간30분 걸리는 일본 출장마저 제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 역시 해외 출장 최소화 방침을 적용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평소 전체 직원의 10~20%가량은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업무를 봤다”며 “최근 두 달간은 출장 사례가 ‘제로’ 수준에 가깝다”고 전했다.

네이버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이대로는 힘들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신기술 투자와 사업 확장 공세가 이어지면서 시장 수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설명이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여러 개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멀티호밍’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1위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네이버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14.5%에 그쳤다. 지난해 동기(16.4%)보다 1.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네이버의 분기 영업이익률은 2021년 3분기(20.3%) 이후 여섯 분기 연속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네이버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가 먼저 ‘한 방’을 날렸다. 구글은 지난달 AI 챗봇 ‘바드’를 출시한 데 이어 AI 챗봇을 결합한 새 검색엔진을 구축 중이다. 국내에서 만년 4위였던 MS의 검색엔진 ‘빙’도 오픈AI의 ‘챗GPT’를 쓸 수 있게 하면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매출 20%는 미래 투자

총선을 앞둔 정부와 정치권이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규제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긴축 경영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규제 강화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던 전례를 감안해 선제적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빅테크에 적용할 규제를 손질하고 있다. 국회에도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불요불급한 비용은 통제하지만,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에는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회사 관계자는 “연간 매출의 20%를 R&D에 투자하는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기업 특성상 선제적 투자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초거대 AI 사업이 이 회사의 중점 투자 분야로 꼽힌다. 네이버는 다음달 챗GPT 대항마로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이 AI는 파라미터(매개변수) 규모가 챗GPT를 넘어서는 2040억 개에 달한다. 이 기술을 고도화해 수익 사업으로 만드는 게 네이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비상 경영을 선언한 데 이어, IT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까지 비용 효율화에 나서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