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反트럼프' 물결 이번에도?…소로스家 "역할할 것"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92·사진)가 자신의 아들에게 250억달러(약 32조원) 규모의 자선 사업을 물려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소로스가 자신이 설립한 오픈소사이어티재단(OSF)의 운영권을 아들인 알렉산더 소로스(37‧이하 알렉스)에게 넘겼다고 보도했다. 알렉스는 지난해 12월 OSF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정식 선출됐다.

알렉스는 WSJ 인터뷰에서 자신이 아버지와 “자유주의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지만, 좀 더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남녀평등과 투표권, 낙태권 등 진보적 이슈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겠다는 포부다. 알렉스는 스스로를 “중도 좌파”로 칭하고 있다.

1984년 설립된 OSF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단체와 대학, 교육 단체 등에 매년 약 15억달러(약 2조원)를 기부해 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가 세운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민간 자선단체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소로스는 대선 때마다 명확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막기 위해 민주당 측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1350만달러(약 175억원)를 지원했다. 당시 월가는 트럼프 정권이 들어설 경우 경제 불확실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그의 당선을 막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소로스는 과거 2004년 대선 때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재선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2008년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공식 후원했다.

소로스는 알렉스가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2024년 대선에서 소로스 가문이 또 한 차례 반(反)트럼프 세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근거다. 알렉스 본인도 “정계로부터 돈을 얻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소로스가 선거 자금 후원을 위해 설립한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도 함께 지휘하고 있다.

알렉스는 소로스의 가족 중 유일하게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를 감독하는 투자위원회에 소속된 인물이기도 하다. 소로스 측은 “향후 몇 년 내로 25억달러가 OSF 관할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팩에는 1억2500만달러(약 1617억원)가 배정돼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