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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교육부는 이번 주 각 초중고에 홍콩국가보안법 3주년 교육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원과 계획할 수 있는 활동을 안내하면서 '국가안보 교육 여름 자습교재'라는 제목의 학습 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교재는 홍콩과 중국의 정치 역사, 정책 발전, 문화적 유산 등을 아우르는 62개 질의·응답(Q&A)으로 구성됐다.
홍콩 교육부는 학생들이 이 교재를 두 달간의 여름방학 기간 학습하도록 교사가 지도하라고 지시했다.
2020년 6월 30일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나자 중국 당국이 직접 제정해 시행한 법으로, 이후 홍콩에서는 민주 진영의 목소리가 사실상 사라졌다.
SCMP는 해당 교재의 문항 중에는 1978년 미국 의회 대표단과의 만남에서 "중국은 대만 문제 해결에서 무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참을 수 없다"고 말한 중국 지도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것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선 학교 교장들은 학생들은 물론이고 일부 교사조차 해당 문항의 답이 덩샤오핑임을 모를 것이라면서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는 교재의 내용이 너무 어렵다고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일부 교사들은 해당 과제가 결국 부모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교재에는 홍콩 국가안전수호위원회의 임무를 골라내라는 사지선다형 질문, 2007년 중국 도시빈민 가정이 직면한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백서의 내용, 중국과 마카오의 다양한 장소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날짜, 정치적 인용문을 제시하고 연설자 맞추기 등도 들어있다.
교재 내용의 수준과 관련한 논란에 홍콩 교육부 대변인은 배포한 국가보안법 패키지는 국가 교육에서 지속적인 학습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학교와 교사에 자율권이 있다고 SCMP에 밝혔다.
앞서 홍콩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서 일선 학교들이 진행하는 국가 교육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특히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중국에 대한 소속감이나 중국의 안녕을 수호할 의무를 고취하는 데 실패했다고 질타했다.
홍콩 교육부는 국가보안법이 시행되자 2021년 2월 그와 관련해 학교 운영부터 학생들의 행동 지도에 이르기까지 학교 활동의 모든 면을 아우르는 지침을 일선 학교에 하달했다.
이에 따라 모든 초중고는 어떻게 국가안보를 수호하고, 어떻게 관련 과목을 가르치는지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매년 11월 교육부에 보고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시행 후 많은 교사와 학생이 해외로 떠나면서 여러 홍콩 학교가 학생 수 부족, 두뇌 유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