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일찍부터 미국이나 유럽에서 제조업 하청을 받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비즈니스 모델이 발달했다. 애플 스마트폰을 만드는 혼하이나 델의 노트북을 만드는 콴타, 유니클로나 자라의 옷을 만드는 마칼롯, 콘택트렌즈 하청을 하는 세인트샤인 등 IT부터 소비재까지 다양하다. 이런 사업모델의 장점은 브랜드나 마케팅 등 무형의 자산에 크게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또한 가격리스크에 비교적 둔감하다. 정해진 서비스 수수료를 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OEM 사업에도 경쟁국이 출현했다. 값싼 노동비와 땅값을 앞세운 중국과 동남아 업체들이다. IT제품은 주로 중국으로, 의류나 소비재는 동남아로 옮겨갔다. 이러한 변화에도 대만의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분야가 몇 가지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TSMC뿐 아니라, 산업용 PC를 만드는 어드밴텍, 비상용전력설비를 만드는 볼트로닉 등이 있다. 이들은 다품종소량생산을 통해 높은 진입장벽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드밴텍은 세계 1위의 산업용컴퓨터(IPC) 제조업체다. 산업의 자동화에 따라 수요가 같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의 리쇼어링 트렌드에 따라 인건비를 대체하는 자동화 투자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산업용컴퓨터는 일반 컴퓨터와는 달리 사용처에 따라 다른 구성이 필요하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와 자동차 공장에서 사용되는 컴퓨터가 같을 수 없다. 여러 업체가 이 시장에 진입을 시도했으나, 복잡한 공급망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해낸 업체는 어드백텍 뿐이었다.

볼트로닉은 비상용 전력시스템(UPS)을 만드는 업체다. 해당 분야는 전력시스템 시장의 리더인 슈나이더나 에머슨 같은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제조는 외주로 돌리고 있다. 또한 국가별로는 군소사업자들이 지역별 전력 상황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외주로 생산하려는 수요가 존재한다. 또한 최근 태양광이나 풍력의 발전은 인버터나 ESS배터리 등 신규 전력설비에 대한 수요를 진작시켰다. 볼트로닉은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소형전력설비 1위 기업이다.

제2의 TSMC가 될 대만업체는
대만에서 제2의 TSMC를 찾으려는 노력은 같은 반도체 분야일 필요는 없다. 다품종소량생산으로 글로벌 리더가 된 강소기업을 찾아보는 것도 유효한 접근이지 않을까.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