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폭풍의 언덕', 폭풍처럼 몰아친 복수…그 끝엔 쓸쓸함만 남았다
폭풍과도 같이 격정적으로 몰아치는 사랑이 소극장 무대를 가득 채운다. 영문학을 대표하는 명작으로 꼽히는 소설 ‘폭풍의 언덕’이 연극으로 되살아났다. 얼마 전 서울 동숭동 드림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폭풍의 언덕’은 영문학의 3대 비극 중 하나로 꼽히는 에밀리 브론테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주인공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애증이 뒤섞인 사랑을 다룬다. 워더링하이츠란 이름의 저택에 사는 언쇼 집안은 집시의 아들 히스클리프를 데려다 키운다. 언쇼 가의 딸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며 사랑에 빠지지만, 캐서린이 지역 유지이자 스러시크로스 저택에 사는 린튼 가문의 아들 에드거와 결혼하면서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다. 캐서린의 결혼에 배신감을 느끼고 워더링하이츠를 떠난 히스클리프가 3년 뒤 부유한 신사가 돼 다시 돌아오면서 갈등이 촉발된다.

히스클리프는 복수를 위해 에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를 유혹해 결혼한다. 히스클리프에 대한 사랑과 증오로 괴로워하던 캐서린은 병환에 시달리다가 숨을 거둔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의 딸 캐시와 자기 아들 린튼을 억지로 결혼시키고, 린튼 가의 재산을 모조리 빼앗으면서 복수를 완성한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캐서린을 잊지 못해 쓸쓸하게 숨을 거두고 만다.

이번 연극은 방대한 장편 소설을 러닝 타임 120분짜리 공연 예술로 압축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인상을 준다. 작품 속 서술자 역할을 하는 가정부 넬리가 스러시크로스 저택의 세입자 록우드에게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두 사람의 유년기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서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말 그대로 ‘폭풍처럼’ 몰아친다.

소극장 무대란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의자를 비롯한 작은 소품을 활용해 언덕과 들판 등 광활한 배경을 표현한다.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가 관객들의 머릿속에 워더링하이츠와 스러시크로스 저택을 상상하게 한다. 특히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들판을 달리는 장면이 압권이다. 배우들의 감정선이 때로는 다소 과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미묘한 심리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을 준다.

원작 소설을 읽고 봐도, 안 읽고 봐도 즐길 수 있는 연극. 공연은 6월 18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