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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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 회사 화이자가 비만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 출시된 비만치료제와 같은 주사 형태가 아닌 먹는 약이라 출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화이자는 개발한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다른 제약사의 기존 주사제와 비슷한 효과를 발휘했다는 내용의 2상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이 결과는 지난해 말 한 학회에서 발표됐으며 이날 미국의학협회(AMA) 학술지 'JAMA 네트워크'에서 연구 리뷰 형식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화이자는 2형 당뇨병 성인 환자 411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다누글리프론' 120㎎ 또는 플라시보(위약)를 하루 두 번 복용했다. 16주 동안 실제 이 약을 먹은 참가자들의 체중은 평균 10파운드(약 4.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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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는 이 시험 결과를 경쟁사의 비만약과 직접 비교하진 않았다. CNBC는 복용 방법과 양이 다르긴 하지만 화이자의 다누글리프론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오젬픽'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오젬픽은 3상 시험에서 30주 동안 참가자들이 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맞은 결과 체중이 평균 약 9.9파운드(약 4.49㎏) 빠졌다. 노보노디스크의 또 다른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는 3상 시험에서 참가자들이 매주 주사를 맞고, 68주 동안 평균 약 33파운드를 감량했다.

다누글리프론과 오젬픽, 위고비는 모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길항제다. 뇌에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보내는 'GLP-1'이라는 호르몬을 모방해 살을 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들 치료제는 2형 당뇨병 환자들을 위해 개발되기 시작했다.

위고비와 오젬픽 등은 ‘꿈의 비만 치료제’로 불리며 전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겪을 정도로 인기다. 할리우드 스타들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는 물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억만장자들도 위고비와 같은 치료제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 회사들의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화이자처럼 알약 형태의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일라이릴리는 기존 제품보다 효과가 훨씬 뛰어난 비만치료제의 임상 3기 시험 결과를 지난달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제가 체중 감량과 날씬한 몸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다이어트 문화를 영속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CNBC는 전했다. 또 일부 환자들은 치료제 복용을 중단한 뒤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현상을 겪고 있다.

미국에는 체중 과다 또는 비만인 인구가 1억3000만 명에 달한다. 비만 치료제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데이터 분석 회사인 에어피티니는 심각한 비만인 미국인의 3분의 1만 이 약을 맞아도 미국의 비만 치료제 관련 매출이 800억달러(약 107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