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사용 더 줄여라" 맥도날드 압박 나선 유럽 자산운용사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들이 맥도날드에 전 식품 공급 과정에서 항생제 사용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항생제 내성(AMR‧Antimicrobial Resistance)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해 궁극적으로는 주주들의 이익과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들은 맥도날드가 2020년까지 항생제를 사용한 쇠고기 사용을 대폭 줄이겠다는 5년 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리걸앤제너럴 인베스트먼트(LGIM)와 아문디는 오는 25일 예정된 맥도날드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예정이다.

결의안은 비영리 단체인 ‘더 쉐어홀더 커먼즈(TSC)’가 상정한 것으로, 맥도날드에 “식용 동물 관리 과정에서 의학적으로 중요한 항생제 사용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정책을 도입하라”고 요구한다. WHO는 “가축에 대한 모든 종류의 항생제 사용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AMR의 광범위한 경제적 파장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FT는 짚었다. AMR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더는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전염병의 감염 치료 등을 어렵게 만들면서 매년 수백만 명 이상이 AMR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조용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고 불리며, WHO는 세계 10대 공중 보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항생제 사용 더 줄여라" 맥도날드 압박 나선 유럽 자산운용사들
LGIM의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 매니저인 마리아 오르티노는 “맥도날드는 자사 식당에서 판매되는 모든 쇠고기에 대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겠다는 이전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면서 “이 회사는 ‘의학적으로 중요한 항생제를 책임 있게 사용하겠다’며 기존 목표보다 후퇴한 후속 조치를 내놨다”고 지적했다.

맥도날드가 항생제 감소 계획을 처음 밝힌 건 2018년이다.

오르티노 매니저는 “AMR은 인류와 경제 모두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동물 전용으로 만들어진 항생제들이 점점 인간에게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며, 이를 남용해 효과가 떨어질 땐 전 세계 인구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문디의 ESG 부문 책임자인 캐롤라인 르 모도 “AMR은 식품 회사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며 “많은 죽음을 초래해 우리 모두에게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이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AMR로 질병이 더 이상 치료되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연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3.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르 모 책임자는 “여러 식품 기업들이 더 많은 규제와 벌금, 소송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어느 시점부터 각국 정부는 단속을 더욱 강화할 것이며, 기업들이 이에 대비하지 못하면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해당 결의안이 주총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유사한 내용의 주주제안이 있었지만, 맥도날드의 양대 최대 주주인 뱅가드나 블랙록의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ISS,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 ISS 측은 “맥도날드는 항생제 사용 관련 규제를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주주들로부터의 지원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맥도날드는 결의안과 관련해 “불필요하고 중복된 내용”이라며 “주주들에게 의미 있는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라고 맞섰다. 회사 측은 “책임감 있고 투명한 항생제 사용 정책과 더불어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 공급업체 및 업계와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