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작전과 구조, 고기동 미사일 포대 운반, 보급품 지원 등 용도가 늘어나고 있는 공군 수송기 C-130J 전방동체가 미국 애틀랜타 록히드마틴 공장에서 제작되고 있다. C-130J는 지난달 말 아프리카 수단에 억류된 한국 교민을 구출하는 ‘프라미스’ 작전에 동원됐다.  록히드마틴
특수 작전과 구조, 고기동 미사일 포대 운반, 보급품 지원 등 용도가 늘어나고 있는 공군 수송기 C-130J 전방동체가 미국 애틀랜타 록히드마틴 공장에서 제작되고 있다. C-130J는 지난달 말 아프리카 수단에 억류된 한국 교민을 구출하는 ‘프라미스’ 작전에 동원됐다. 록히드마틴
대한민국은 핵전쟁 인질이 된 지 오래다. 8일 국내외 소식통 등에 따르면 풍계리, 영변 등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북한은 올 들어 소형 전술핵탄두(화산31)와 복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화성18)을 공개하고 핵 공중폭발 실험까지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이뤄진 워싱턴 선언 이후엔 “더 강력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의 애브릴 헤인스 국장은 지난달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처음 인정했다. 이제 한국이 갈 길은 오직 하나, 과학기술의 힘으로 북한을 압도할 수 있는 첨단 전력을 확보하는 것뿐이다. 전 국방부 정책실장 A씨는 “북한은 핵 개발을 위해 수십 년간 모든 것을 희생했다”며 “이런 북에 맞서려면 한국도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이지 않는 사령관, F-35

워싱턴 선언에 따라 펼쳐질 확장억제 전력의 중심은 크게 두 가지다. 이달 중순 이후 40여 년 만에 한반도 전개가 예정된 전략핵잠수함(SSBN), 그리고 스텔스 전투기와 폭격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한국이 도입 중인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는 세계 1위 방위산업 기업 록히드마틴의 100년 노하우가 응축된 전략자산이다. F-35는 공군용(A), 해병대용(B), 해군용(C)으로 나뉜다.

F-35는 인공위성과 육·해·공 미사일방어체계, 다른 스텔스기(F-22 등) 등과 실시간으로 감시·정찰 데이터를 연동해 작전을 펼친다. 단순 전투기를 넘어 공격과 방어 네트워크의 중심이 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록히드마틴이 수십 년에 걸쳐 개발한 소프트웨어 기술 ‘센서 퓨전’으로 이런 성능을 갖췄다. 센서 퓨전은 약 1000만 개 소스 코드로 이뤄졌다. 수천㎞ 이상 거리에서 적을 탐지하는 첨단 전투기의 3대 기술이 센서 퓨전으로 통합된다. 3대 기술은 능동전자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360도 분산개구시스템(DAS), 전자광학추적기(EOTS)다. 센서 퓨전은 현재 단종된 ‘역사상 최강 전투기’ F-22 랩터에도 없던 기술이다.

F-35는 함대공 미사일 SM-6와 지대공 패트리엇(PAC-3), 공대지 재즘(JASSM) 등뿐만 아니라 전술핵까지 동원해 북한 주요 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 작년 11월 열린 한·미 연합 공중 훈련 ‘비질런트 스톰’에서 이런 위력이 검증됐다. 지난해 비질런트 스톰 때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던 이유다.

포트워스 록히드마틴 공장의 한 해 F-35 생산 능력은 140여 대.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과 이탈리아에만 F-35 부품 공장이 있다. 올 하반기 우방국에 공급한 F-35는 누적 1000대를 넘어설 예정이다. 미 정부가 1차로 정한 우방국 인도 목표는 2456대다. 캐나다가 올 1월 F-35 88대를 전격 도입한 데 이어 일본과 호주, 이스라엘도 F-35 도입을 늘리고 있다.

스컹크웍스의 위대한 유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군을 격파하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는 록히드마틴의 고기동 지대지 미사일 하이마스(HIMARS)도 F-35로 정확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하이마스는 덩치가 큰 다른 지대지 무기와 달리 다목적 수송기 ‘C-130J’에 싣고 이동할 수 있어 기동력이 뛰어나다. C-130J는 지난달 말 아프리카 수단에서 이뤄진 한국 교민 구출작전 ‘프라미스’에서 활약한 기종으로, F-35 공중 급유도 가능하다. 방산업계에서는 F-35와 C-130J, 하이마스를 궁합이 잘 맞는 ‘세트 무기’로 보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최강 스텔스기 F-22부터 F-35에 이르는 전략 자산이 탄생할 수 있던 배경으로 연구개발(R&D) 조직 스컹크웍스를 꼽는다. 올해로 설립 80주년을 맞은 스컹크웍스의 작품 목록은 화려하다. 70년 가까이 현역으로 활약 중인 초고고도 유인 정찰기 U-2, 스텔스 무인정찰기 RQ-170, 세계 최초 스텔스기 F-117 등이 대표적이다. 록히드마틴이 경쟁사인 노스롭그루먼, 보잉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 스컹크웍스다.

이 조직의 존재는 철저히 가려져 있다. 옛소련 붕괴 후 2대 소장인 벤 리치가 1994년 남긴 동명의 저서 1권이 유일한 기록이다. 운영 방침은 서류와 보고 최소화, 기업 수뇌부로부터 철저히 독립된 연구개발이다. 벤 리치는 저서에서 “새로운 기술 개발에 미래를 거는 기업은 스컹크웍스식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적었다. 올 하반기 미 항공우주국(NASA)이 선보일 예정인 초음속 여객기 X-59도 스컹크웍스의 작품이다. X-59를 타면 한국에서 미국까지 비행시간이 6시간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스컹크웍스가 개발한 스텔스기(F-117, RQ-170, F-22, F-35 등) 누적 생산량은 이달 들어 1000대를 넘었다. 스티브 오버 록히드마틴 항공사업부 이사는 “록히드마틴의 절대적 우선순위는 항공 장악력”이라며 “스컹크웍스의 유산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포트워스·애틀랜타=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