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日나라 야쿠시지 동탑과 익산 미륵사지 서탑의 재탄생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 있는 고찰인 야쿠시지(藥師寺)에서는 지난 21일부터 닷새간 동탑(東塔)의 해체·수리 작업 완료를 경축하는 법요(法要)가 개최됐다.

불교 의식인 법요는 본래 공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2020년 4월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돼 올해 진행됐다.

야쿠시지는 680년에 덴무 일왕이 왕후의 병이 낫기를 기원하며 짓기 시작했다는 사찰이다.

일본이 710년에 천도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자리로 옮겨졌다고 전한다.

동탑은 야쿠시지에서 창건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유일한 건축물이다.

흔히 하쿠호(白鳳) 시대의 양식을 간직한 희귀한 탑으로 평가된다.

하쿠호 시대는 보통 645년부터 710년 사이의 기간을 뜻한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탑이라는 나라 호류지(法隆寺) 오층목탑이 8세기 초반 건물이다.

이와 관련해 나라문화재연구소는 야쿠시지 동탑 목재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7∼8세기에 벌채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약 1천300년을 버틴 역사성을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된 야쿠시지 동탑은 현저한 손상이 확인돼 2009년 처음으로 전면 해체 공사에 돌입했다.

각 분야의 장인들이 합심해 10여 년 만에 수리를 마치고 2021년 2월 준공됐다.

[특파원 시선] 日나라 야쿠시지 동탑과 익산 미륵사지 서탑의 재탄생
2년 전 수리를 마친 야쿠시지 동탑을 볼 기회가 있었다.

높이가 34m인 동탑은 삼층탑이지만, 층마다 큰 지붕과 작은 장식지붕을 교차로 배치해 6층처럼 보였고 독특한 율동감도 느껴졌다.

동탑 앞에 설치된 설명문에는 "탁월한 디자인이 적용된 일본 건축의 보물로, 삼층탑치고는 크고 높다"는 문장이 있었다.

야쿠시지에서 동탑만큼이나 흥미를 자극하는 건물은 서탑(西塔)이다.

이 사찰은 본존불을 모신 건물인 금당(金堂) 앞에 동탑과 서탑을 나란히 배치한 쌍탑 가람(사원)이다.

한국에서는 다보탑과 석가탑이 있는 경주 불국사와 문무왕이 왜구를 막기 위해 세웠다는 감은사가 대표적인 쌍탑 가람이다.

야쿠시지 서탑은 화재로 소실됐다가 1981년에 현대 기술로 재건됐다.

구조는 동탑과 유사하고, 높이는 36m로 동탑보다 다소 높다.

다만 서탑은 단청이 없어 수수한 동탑과 달리 선명한 붉은색과 초록색 단청 덕분에 화려하다.

서탑은 비교적 온전히 보존된 동탑 관련 기록을 바탕으로 재건이 이뤄졌다.

그래서 두 탑은 상당히 닮았다.

[특파원 시선] 日나라 야쿠시지 동탑과 익산 미륵사지 서탑의 재탄생
야쿠시지 동탑과 서탑의 역사를 접하면, 마찬가지로 쌍탑이 있는 한국 익산 미륵사지가 떠오른다.

야쿠시지 동탑이 일본 목탑의 보물이라면, 익산 미륵사지 서탑은 한국 석탑 건축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작품이다.

미륵사지는 백제 무왕(재위 600∼641) 때 창건됐다.

석탑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건축물이 사라졌지만, 절터를 거닐면 규모가 컸던 사찰임을 알 수 있다.

왕실 안녕과 중생의 불도(佛道)를 기원하며 조성한 미륵사지에는 야쿠시지처럼 서탑과 동탑이 있다.

두 탑은 모두 돌로 쌓은 석탑이다.

이로 인해 쌍탑 가람처럼 생각되지만, 창건 당시에는 중앙부에 목탑도 있었다.

그중 국보로 지정된 서탑은 국내 최고(最古)의 석탑이지만, 동탑은 1990년대에 제대로 된 자료 없이 지은 새로운 건축물이다.

문화재인 탑과 현대에 조성한 탑의 공존은 미륵사지와 야쿠시지의 또 다른 공통점이다.

미륵사지 서탑은 야쿠시지 동탑 해체 시기보다 이른 2001년에 해체가 시작됐다.

2009년에는 절을 창건한 인물이 '좌평 사택적덕(沙宅績德)의 딸이자 백제 왕후'임을 알려주는 사리봉영기가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특파원 시선] 日나라 야쿠시지 동탑과 익산 미륵사지 서탑의 재탄생
부재 1천627개를 짜 맞춘 미륵사지 서탑은 2021년 수리가 공식적으로 끝났다.

20년에 걸친 보수 공사를 통해 일제강점기에 사용한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석재만으로 구성된 새로운 모습을 갖게 됐다.

6층까지만 쌓아 올린 미륵사지 서탑은 언뜻 미완성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바로 옆에 있는 9층 동탑이 완성된 형태를 갖추고 있는 탓이다.

서탑을 보수할 때도 동탑처럼 더 높게 쌓자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문화재 당국은 현존하는 부재가 6층까지만 있다는 점과 구조적 안전성을 고려해 6층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석탑의 원형에 관한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미륵사지 서탑과 동탑은 야쿠시지의 쌍탑처럼 닮지는 않았다.

그래도 두 사찰의 두 탑은 모두 지난 세기와 이번 세기에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산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에 대대적인 수술을 거쳐 재탄생한 미륵사지 서탑과 야쿠시지 동탑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길 바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