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LPL 결승전 중계 장면 캡처 (출처=LPL 유튜브)
LPL 결승전 중계 장면 캡처 (출처=LPL 유튜브)
룰러(박재혁)가 속한 징동 게이밍(JDG)이 지난 15일 중국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리그(이하 LPL) 2023 스프링 시즌 결승전에서 비리비리 게이밍(이하 BLG)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룰러는 중국리그로 이적한 첫 시즌부터 우승컵을 거머쥐게 됐다. 룰러는 지난해까지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의 젠지 e스포츠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올해 LPL의 징동으로 팀을 옮겼다. 결승전 파이널 MVP로 선정되며 그의 닉네임대로 중국리그의 ‘지배자(Ruler)’가 됐다.

룰러는 제2의 전성기라 할 만한 성적을 계속 내고 있다. 2017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룰러는 이후 아쉽게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2022 LCK 서머 시즌 우승으로 '성불'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LPL에서도 우승 커리어를 추가했다. LCK와 LPL을 모두 평정한 선수가 나온 건 2015년 데프트(김혁규), 임프(구승빈), 에이콘(최천주), 2019년 루키(송의진) 이후 4년 만이다.

경기 내용도 압도적이었다. 룰러의 소속팀인 징동은 상대인 비리비리 게이밍을 상대로 1세트에 이어 2세트까지 내리 따냈다. 3세트에선 BLG의 미드 라이너인 야가오(쩡치)가 아리로 활약하며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이변은 없었다. 4세트 블루 사이드를 택한 징동은 결승전의 핵심 픽으로 꼽힌 아리를 가져왔고 나이트(줘딩)와 룰러가 대활약하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룰러는 4번의 경기 동안 징크스로 3승, 아펠리오스로 1패를 거뒀다. 4번의 세트 동안 단 4번의 데스를 기록하며 팀의 든든한 넥서스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특히 1세트에선 한 번도 죽지 않고 7킬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마지막 세트에서도 8킬 1데스 5어시로 활약하며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젠지 e스포츠 페이즈(김수환) (제공=LCK)
젠지 e스포츠 페이즈(김수환) (제공=LCK)
해당 경기 결과가 알려지면서 룰러와 젠지 e스포츠 원거리 딜러 후배인 페이즈(김수환)의 평행이론 같은 유사성이 주목받고 있다. 우선 양 선수의 소속팀인 징동과 젠지 모두 지난 2022 서머 시즌에 이어 올해 스프링까지 2연속 자국 리그를 제패했다. 또한 올해 결승전에서 룰러와 페이즈 모두 결승전 파이널 MVP에 선정됐다. 그리고 양 선수가 결승전 마지막 경기에서 징크스를 선택해 활약했다는 점도 동일하다.

룰러와 페이즈는 각각 LPL 1번 시드, LCK 1번 시드로 오는 5월 영국에서 열리는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한다. 젠지 선후배라는 인연에 더불어 양 선수 모두 좋은 폼을 보이고 있는 만큼 양 팀의 대결 가능성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행이론처럼 동일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양 선수가 MSI에선 어떤 엔딩을 맞을지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