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아이오닉6.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작년까지 이어지던 반도체 부품 수급난이 정상화되면서 자동차 출고가 빨라지고 있다. 밀린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으면서다. 일례로 지난해 말만 해도 출고 대기 기간이 18개월에 달했던 현대차 아이오닉6는 약 넉 달 만에 2개월로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공급이 늘어나면서 국내 완성차 5사(현대자동차·기아·한국지엠·KG모빌리티·르노코리아자동차)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도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4일 현대차의 이달 납기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차를 받기 위해 18개월을 기다려야 했던 아이오닉6의 대기 기간이 2개월로 대폭 줄었다. 같은 기간 아이오닉5는 12개월에서 6개월로 짧아졌다.

전기차 외에 다른 차종도 대기 기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아반떼 1.6 가솔린 모델은 지난해 12월 대기 기간 9개월에서 이달 3개월로 축소됐다.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경우 20개월에서 12개월 이상으로 짧아졌다. 그랜저 2.5 가솔린 모델은 11개월에서 4개월로, 투싼 하이브리드의 경우 13개월 이상에서 10개월로 단축됐다. 싼타페 가솔린 모델은 8개월에서 2.5개월로,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20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됐다.

제네시스 GV70은 같은 기간 대기 기간이 16개월에서 7개월로, GV60은 12개월에서 3개월로 축소됐다.

업계는 이처럼 차 출고 기간이 대폭 짧아진 것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생산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여태까지 밀렸던 신차 대기 수요가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계의 내수 시장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도 반도체 수급난이 어느정도 진정됐음을 증명한다. 반조립 제품(CKD)을 포함한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의 3월 판매 실적을 종합하면 내수 판매량은 14만92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8% 늘었다.

국내 5사 판매량은 작년 8월까지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같은해 9월 23.8% 증가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3월까지 7개월 내리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완화와 함께 완성차 업계의 연이은 신차 발표도 판매량 증가에 힘을 보탰다. 현대차의 경우 신형 그랜저와 신형 코나가 각각 전년 대비 63.8%, 532.5% 늘었다. KG모빌리티의 신차 토레스는 지난달 국내에서만 6595대가 팔리면서 2020년 11월 이후 28개월 만에 월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완성차 업계는 출고 기간 단축과 함께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열고 있다. 특히 고금리 현상으로 신차 구매를 포기하는 현상까지 겹치면서 할부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와 6를 계약했던 소비자가 넥쏘로 전환하면 100만원 할인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캐스퍼 전용 초저금리 할부 프로모션을 진행해 할부 기간별 0.9~2.9%의 저금리 상품을 제공한다. 기아는 오토할부를 이용하는 개인 대상 중고차 가격 보장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를 구매하고 30일 이내 품질 문제로 인한 고장 발생 경우 신차로 교환해주는 '토레스 품질 보증 신차 교환제'를 제공한다. 또 계약 후 출고가 지연될 경우 1개월마다 차 가격의 1%를 할인하는 '토레스 출고일 보장제'도 진행한다. 르노코리아는 신차 구매할 때 최대 36개월 3.3%의 저금리 할부 상품을 내놨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