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27일(현지시간) 급등했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의 원유 수출이 중단되며 공급 우려가 불거진 여파다. 최근 발생한 미국과 유럽의 은행 위기가 진정되고 있다는 안도감도 투자 심리를 끌어올렸다.

2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 가격은 전장보다 배럴당 3.55달러(5.12%) 오른 배럴당 72.81달러에 마감했다. 2거래일 만에 배럴당 70달러선을 다시 돌파했다. 하루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일(5.2%) 이후 약 6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날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브렌트유 6월물도 전장 대비 3.17달러(4.25%) 오른 배럴당 77.76달러에 장을 마쳤다. 역시 6개월 만의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쿠르드 원유 45만배럴 수출 중단…WTI 5% 급등 [오늘의 유가 동향]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가 원유 수출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이날 CNBC 등은 쿠르드 자치정부가 지난 25일부터 하루 약 45만배럴 규모의 원유 수출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 세계 하루 원유 공급량의 약 0.5% 수준이다.

그간 쿠르드 자치정부는 이라크의 승인을 받지 않고 튀르키예에 원유를 대규모로 수출해왔다.그러나 이라크가 이에 제동을 걸었다. 이라크는 쿠르드 자치정부의 원유 수출이 1973년 이라크와 튀르키예 간 맺은 송유관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국제 소송을 걸었고, 국제 중재재판소가 이라크의 손을 들어줬다.

앞으로 쿠르드 정부가 튀르키예에 원유를 수출하려면 이라크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로이터는 이번 소송 결과가 쿠르드 정부의 원유 감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의 은행 불안이 다소 잦아든 점도 위험 자산 투자 심리를 회복시켰다. 미국에서는 퍼스트시티즌스은행이 지난 10일 영업정지돼 은행 위기를 촉발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인수하기로 했다. 미국 금융당국이 퍼스트리퍼블릭을 위해 긴급 대출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26일 나왔다.

시티인덱스의 수석 금융시장 분석가 피오나 신코타는 “투자자들이 글로벌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려는 당국의 노력에 무게를 두면서 유가가 상승폭을 소폭 늘렸다”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