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百, '강남 1등 점포' 전략 시동…파격 변신 나선다
롯데백화점이 서울 대치동에 있는 강남점 점포의 전면 리뉴얼을 추진한다. 이르면 연내 매장 문을 닫고 내·외부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매각 등 특별한 요인이 없는 정상 운영 중인 점포를 휴점하고, 리뉴얼을 추진하는 건 국내 백화점 역사상 처음이다. 이번 리뉴얼을 계기로 '에루샤'로 불리는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 등 주요 명품 브랜드를 강남점이 유치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롯데百 강남점의 파격 변신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강남점 새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점포 내·외부 인테리어는 물론 시설 개보수, 입점 브랜드 재구성 등을 포함한 리모델링 수준의 공사다. 롯데백화점은 강남점 리뉴얼을 위해 강남구청에 인허가 절차도 밟고 있다. 리뉴얼 공사 기간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철 수인분당선 한티역 앞에 있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1986년 그랜드백화점 강남점으로 시작한 점포다. 롯데백화점이 2000년 인수했다. 강남점은 대치동과 도곡동 등 소득 수준이 높은 주거지역을 배후로 둔 강남 핵심 상권에 자리잡고 있지만 점포 규모가 작고,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롯데백화점은 소비의 핵심인 강남 상권에서 약점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이 휴점 후 전면 리뉴얼이라는 파격적인 시도에 나선 배경이다.

'강남 1등 점포' 프로젝트 시동

일반적으로 백화점 리뉴얼은 층별로 구획을 나눠서 진행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획기적인 변화를 주기도 어렵지만 대부분 이 방법을 택한다. 점포 문을 닫고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가면 당장 한 개 점포 매출이 통째로 날아가 실적을 내야 하는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된다.

입점업체 직원들도 당분간 다른 점포로 일터를 옮겨야 하는 만큼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롯데백화점이 강남점의 문을 닫고 전면 리뉴얼을 추진하는 이유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경쟁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번 리뉴얼을 통해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강남 1등 점포' 프로젝트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말부터 롯데백화점을 이끌고 있는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1등 백화점을 강남에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지난해 매출은 2600억원 수준으로 신세계 강남점 매출(2조80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백화점 점포의 매출 규모는 매장 크기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정 대표의 목표는 매출로 신세계 강남점을 넘어서는 게 아닌 콘텐츠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백화점' 대신 '오십화점'"

강남점은 "'백화점'을 '오십화점'으로 바꾸겠다"는 정 대표의 전략을 처음으로 현실화하는 점포가 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어느 백화점에서나 살 수 있는 구색 맞추기용 브랜드나 상품을 줄이고, 각 점포의 상권 특색에 맞는 특화 상품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점포 규모는 작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상권에 있는 강남점 명품 특화 점포로 변신할 가능성이 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 20일 한국을 찾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을 만나 주요 브랜드 입점과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강남점엔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 등 주요 명품 브랜드가 없다. 전면 리뉴얼을 통해 파격적인 브랜드 배치가 가능한 만큼 롯데백화점이 이를 무기로 명품 브랜드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강남점 1층 전체를 LVMH 전용관을 내주는 수준의 파격적인 시도도 가능할 것"이라며 "이를 무기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관계가 돈독한 정 대표가 적극적으로 명품 브랜드를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점포 리뉴얼에 4500억원 투입

롯데백화점은 강남점뿐 아니라 주요 점포 리뉴얼에 내년까지 4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도 강남점처럼 휴점 후 전면 리뉴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플라자 역시 롯데백화점이 미도파백화점을 인수해 2003년 문을 연 점포로 노후화가 진행 중인 곳이다.

SPA브랜드 등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저가 브랜드가 주로 입점해있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략에 성공한 더현대서울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백화점은 영플라자 역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혁신적인 재단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3년여 만에 한국으로 다시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 대표의 계획대로 강남점과 영플라자의 문을 닫고 리뉴얼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내에선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소비 둔화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만큼 대규모 투자 결정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