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대철 기자
사진=임대철 기자
삼성전자가 ‘포스트 평택’ 부지로 경기 용인시 남사읍을 낙점했다. 삼성이 왜 이곳을 택했는지는 지도를 펴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와 고속철도 동탄역에서 멀지 않고 기존 반도체 생산기지인 화성과 평택의 가운데에 있다. 기존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클러스터(산업단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안보 핵심’ 반도체 생산기지 사수

"반도체 중심은 美·中 아닌 한국"…삼성, 300兆 파운드리 승부수
삼성전자는 15일 “용인 남사읍 710만㎡ 부지에 20년간 300조원을 들여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5개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단일 단지 기준 세계 최대 규모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로부터 ‘공장을 지어달라’는 러브콜과 압박을 동시에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용인을 ‘차세대 평택’으로 점찍은 건 반도체 공장이 경제·안보에서 지니는 중요성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은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5.6%, 전체 설비투자액의 24.2%, 총수출의 19.4%를 담당했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공장이 미국이나 EU로 가게 되면 ‘반도체 생산 중심국’이란 한국의 위상은 크게 낮아진다. 글로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 등이 몰려와 누릴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한국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대형 반도체 생산기지를 유치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TSMC 추격 발판 삼는다”

"반도체 중심은 美·中 아닌 한국"…삼성, 300兆 파운드리 승부수
삼성전자에도 남는 장사다. 용인 클러스터와 기존 반도체 생산기지인 기흥, 이천, 평택, 화성을 잇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메가클러스터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연관 산업의 획기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메가클러스터는 메모리,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팹리스, 소부장 등 반도체 전 분야 밸류체인과 국내외 우수 인재를 집적한 글로벌 반도체 클러스터의 선도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용인에 들어설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TSMC 추월’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1위인 대만 TSMC에 40%포인트 뒤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력은 대등한 수준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재 5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 공정은 삼성전자와 TSMC만 가능하다. 이런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생산시설 부족과 같은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TSMC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용인 클러스터를 통해 파운드리 생산 용량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선 용인 클러스터에 삼성이 쏟을 대규모 투자에 대해 “한국이 글로벌 최첨단 반도체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막대한 경제적 효과도 예상된다. 용인에 300조원이 투자되면 700조원에 달하는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 160만 명 수준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한국이 반도체 패권 전쟁에 동참했다’고 긴급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라며 “삼성의 투자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를 선도하겠다는 한국의 야망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정수/정지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