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사진)의 임기 마지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2013년 4월부터 10년째 이어진 금융완화 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제는 차기 총재가 넘겨받게 됐다.

일본은행은 10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단기금리를 연 -0.1%, 장기금리는 0%±연 0.5%로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 국채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조치도 계속하기로 했다. 작년 12월 20일 장기금리 변동 폭을 연 0.25%에서 0.5%로 확대해 사실상 금리를 인상한 후 두 차례 연속으로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했다.

일본은행은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올해 중반부터 물가 상승률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극히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월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2% 올랐다. 41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었다.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는 2013년 3월 취임한 구로다 총재의 마지막 회의였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장기금리 변동 폭을 추가로 확대하는 등 금융완화 정책을 일부 축소해 차기 총재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는 출구전략을 차기 총재 몫으로 남기는 쪽을 택했다.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1.67% 내린 28,143.97로 마감했다. 미국 뉴욕증시를 중심으로 세계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엔화 가치도 큰 변화는 없었다.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전날보다 0.1% 오른 136.6엔 안팎에서 움직였다.

일본 의회는 이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후보자의 취임을 승인했다. 우에다는 경제학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오는 4월 9일부터 일본은행을 이끌게 된다. 그가 주관하는 첫 번째 금융정책결정회의는 다음달 27~28일 열린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