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모회사 중국 바이댄스, VR 헤드셋 출하량 메타 턱밑까지 추격
가격 최대 500달러 낮춰 추격 뿌리치려는 전략
실제로 퀘스트의 판매는 지난해 굉장히 부진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IDC)에 따르면 지난 4분기 메타 헤드셋 출하량은 전년 동기 9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21년 4분기 출하량이 450만대였는데 1년 만에 약 31만대 수준으로 쪼그라든 겁니다. 급격한 감소가 아닐 수 없네요.
블룸버그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가격인하는 헤드셋에 대한 수요가 회사 예상보다 약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기업 고객과 개인 고객 모두에서 수요 감소가 나타났습니다.
당초 퀘스트 프로는 비즈니스 고객을 잡기 위한 고사양 헤드셋이었는데 기업 고객의 수요도 끌어오지 못했습니다. 퀘스트 프로와 호환되는 외부 앱이 부족했던 것도 수요 부진의 이유였습니다. 메타는 기업 고객을 위해 퀘스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둘을 함께 사용해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업체 오토데스크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오토데스크는 오토캐드로 잘 알려진 3차원 설계 중심의 협업 기반 소프트웨어 업체입니다.
피코의 주요 헤드셋 가격은 약 450달러입니다. 메타 퀘스트2 128GB의 가격이 399달러, 인하 전 256GB 모델의 가격이 499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메타가 판매 증진을 위해 가격인하라는 카드를 빼든 것이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메타는 가격 인하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메타는 VR 헤드셋을 최근 독일에서 판매하기 시작했고, 중국에서 판매를 놓고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와 협상하고 있는 중입니다. 경쟁자의 심장에 들어가 정면대결을 펼치겠다는 전략입니다.
또 지난주엔 저커버그의 AI 중대 발표도 주목 받았습니다. 생성형 AI 개발 팀을 신설하고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이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이어 AI 경쟁에 참여를 선언한 겁니다.
이렇게 개발한 생성형 AI를 메타의 서비스 전반에 탑재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저커버그는 “왓츠앱, 메신저,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의 텍스트와 이미지와 동영상에서 AI 챗봇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AI 페르소나(인격적 실체)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저커버그는 이달 초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메시지, 광고 비즈니스를 비롯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볼 콘텐츠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에 AI를 주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은 기사, 소셜 미디어 게시물, 그 외 인터넷 소스에서 엄청난 양의 디지털 텍스트를 흡수하고 해당 자료를 분석해 프롬프트나 쿼리가 주어질 때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예측하고 생성하는 소프트웨어를 훈련시키는 대규모 AI 시스템입니다. 이 모델은 에세이 작성, 트윗 작성, 챗봇 형태의 대화 생성, 컴퓨터 프로그래밍 코드 제안과 같은 작업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글의 바드의 근간이 되는 람다(LaMDA)도 이런 대규모 언어 모델입니다.
메타는 AI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앞선 기업입니다. AI 연구 동향 플랫폼 제타알파에 따르면 지난해 AI 관련 연구 중 피인용 건수 상위 100대 논문 중 가장 많은 논문을 내놓은 곳은 22건의 구글이며 메타가 16건, MS가 8건으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메타는 앞서 작년 6월 OPT-175B라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출시한 적 있습니다. 작년 말에는 갤럭티카(Galactica)를 내놨지만 사용자들과 부정확한 정보를 일상적으로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발견된 뒤 철회되기도 했습니다.
메타는 AI 연구자들이 라마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연구 모델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기존 오픈AI나 MS, 구글이 폐쇄형으로 운영하는 것과 반대되는 접근입니다. 메타는 라마를 연구용에 초점을 맞춘 비상업적 라이선스 모델로 출시한다며 공익성을 강조했는데요. 개방형으로 출시했다는 것은 기술적 자신감과 함께 AI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도록 해 일종의 기준점과 같은 지위를 노리고 있는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기술 장벽을 포기했기 때문에 당장 수익을 내진 못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되찾게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일단 주가를 보면 지난주 메타의 주간 수익률은 8.72%로 빅테크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VR 헤드셋 퀘스트의 가격을 인하한 지난 3일 하루에만 6.14% 상승하며 화답했습니다. 메타의 주가는 올 들어서만 53.65% 오르며 고공행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2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시장 기대 이상으로 발표하면서 저커버그 CEO가 “올해는 효율성의 해”라며 비용 감축 의지를 강조한 이후 주가는 크게 올랐습니다.
메타의 AI 전략에 대해서도 시장은 낙관적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바클레이스는 메타를 엔비디아와 함께 AI 톱픽으로 꼽았습니다. “메타의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이 소비자 및 기업용 어플리케이션 전반에 걸쳐 일상의 유용성과 생산성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굉장히 긍정적인 전망입니다.
모건스탠리도 메타를 알파벳 아마존과 함께 AI 최선호주로 선정했습니다. “이들 플랫폼은 AI 기술 발전으로 매출을 늘리고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는 걸 보여줬다”며 “주가는 현재 목표가보다 최대 10% 더 상승여력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VR 헤드셋 가격 인하와 오픈 소스형 생성형 AI 개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물론 퀘스트 차기 모델이 곧 나올 수 있어 가격 인하가 효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소셜미디어에 생성형 AI를 적용하면 다른 목적보다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커버그의 이런 승부수가 과연 앞으로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의깊게 살펴봐야할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서기열 특파원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