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 연속 휴식' 여부 따라 1주일 최대 69시간·64시간 근무
고소득·전문직은 근로시간 제도 적용 않는 방안 연구하기로
정부가 6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는 근로자의 건강권을 강화하고 휴가를 활성화하기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는 '주 52시간제'의 틀에 갇혀 일이 많을 때 집중적으로 일하거나 일이 적을 때 충분히 쉬는 데 한계가 있다.

일주일 최대 52시간 근무만 허용되는 상황에서는 실제로는 더 일해놓고 '주 52시간' 근무에 상응하는 임금·수당만 받는 불합리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에 정부는 '11시간 연속 휴식' 여부에 따라 일주일에 최대 69시간 또는 64시간 일할 수 있게 하면서 집중적인 근로를 장기 휴가 등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휴가 활성화의 중심에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한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적립해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사업장에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사업주와 근로자대표 사이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

근로자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따른 보상으로 임금 또는 휴가를 적립할 수 있다.

저축계좌에 적립된 휴가와 연차휴가를 붙여 사용하면 '제주 한 달 살기' 같은 장기휴가나 자격증 취득 등을 통한 자기 계발이 가능해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휴일·휴가 일수는 82∼92일로 주요국(80일 내외)과 비교해 오히려 약간 많은 편이지만, 2021년 기준 연차휴가 소진율은 76.1%에 불과하다.

근로자들이 연차휴가를 다 쓰는 기업은 40.9%에 그친다.

이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에 더해 근로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갈 수 있도록 단체 휴가 등 사용 활성화 대국민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 방안으로는 ▲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 또는 1주 64시간 상한 준수 ▲ 산업재해 과로 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 준수 ▲ 관리 단위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 감축(분기 90%, 반기 80%, 연 70%) 등 3가지가 마련됐다.

개편안에 따르면 바쁠 때는 1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정부는 일을 마치고 다음 일하는 날까지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기로 했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중 11시간 연속 휴식을 빼면 13시간이 남는다.

또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이 보장되므로 13시간에서 1.5시간을 빼면 남는 근무시간은 11.5시간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고 가정하면 1주 최대 노동시간은 69시간(11.5시간×6일)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11시간 연속 휴식을 지키지 않을 때에는 1주일 최대 64시간까지 근무하는 방안도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는 노사 합의를 거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단위 기준별 연장근로시간을 살펴보면 '월'은 52시간(12시간×4.345주), '분기'는 156시간, '반기'는 312시간, '연'은 624시간이다.

하지만 정부는 장시간 연속 근로를 막고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분기 이상의 경우 연장근로 한도를 줄이도록 설계했다.

즉, '분기'는 140시간(156시간의 90%), '반기'는 250시간(312시간의 80%), '연'은 440시간(624시간의 70%)만 연장근로가 가능하게 했다.

정부는 '공짜 노동' 주범으로 꼽히는 포괄임금제 오남용 근절에도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날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해야 기업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비용으로 인식하게 된다"며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이 가장 확실한 근로시간 단축 기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한 기획감독을 실시 중이다.

조만간 별도 근절 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업무상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야간 근로를 줄이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는 '야간작업 건강 보호 가이드라인'도 제작·보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고소득·전문직의 경우 근로시간 제도 적용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고소득·전문직은 근로시간과 성과의 연관성이 낮고 재량이 광범위하게 인정된다는 점을 고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