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현 경영진과 행동주의펀드 손잡고
이수만에 의존했던 시스템 대대적으로 바꿔
이수만은 하이브에 지분 매각하고 맞불
카카오까지 개입해 경영권 분쟁 확산
기관투자자들이 주총서 누구 손 들어줄 지 관심
사진=연합뉴스▶안재광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의 주인이 바뀐다고 합니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 주식 부분을 팔기로 했기 때문인데요. 이수만 PD는 최근 몇 년간 계속 팔겠다, 안 팔겠다 하면서 뜸을 들이더니 마침내 팔았습니다.
이 주식을 사기로 한 곳이 더 놀라운데요. 방탄소년단을 만들어낸 방시혁 의장의 하이브입니다. 하이브와 SM엔터가 합쳐지면 K팝, 아니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공룡이 탄생하는 것인데.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SM엔터는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맞을 예정입니다. SM엔터가 카카오를 상대로 주식을 발생해서 지분을 주기로 했습니다. SM엔터의 현재 경영진은 이수만 PD와 갈라서고 카카오와 손을 잡았어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아이브의 소속사 스타쉽, 아이유의 소속사 이담엔터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죠. 여기에 국내 최정상 배우 150여명, 메인 작가와 PD 등 80여명 국내 최대 음악감상 앱 멜론 등을 보유한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삽니다.
요약하면 SM엔터의 경영권을 놓고 BTS의 하이브, 아이브의 카카오가 맞붙은 겁니다.
사실 SM엔터는 이수만 PD와 떼어 놓고 생각하기가 어려운데요. 회사 이름도 이수만의 영어 이니셜로 지었을 정도인데.
이수만 PD가 어쩌다가 나가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인지. 그리고 경영권 분쟁은 왜 벌어진 것인지. 이번 주제는 '어쨌든 이수만 없는 SM엔터' 입니다.
SM엔터는 K팝의 원조라고 할 수 있어요. 1996년 H.O.T의 성공으로 K팝이란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이후에 SES,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등 K팝 역사에 남을 아이돌을 줄줄이 배출했어요. 요즘은 BTS, 뉴진스의 하이브나 블랙핑크의 YG엔터, 트와이스의 JYP에 조금 밀리는 것 같지만 SM엔터에는 EXO,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이 건재합니다.
SM엔터의 최대 경쟁력은 사실 이런 아이돌보다 이수만 PD였죠. 거의 모든 아이돌을 기획하고, 프로듀싱하고, 관리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에선 꽤 오래전 손을 뗐습니다. 2010년 등기이사에 물러난 뒤 임원을 맡지 않았습니다.
대신 처조카 이성수 씨와 슈퍼주니어 매니저 출신 탁영준 씨를 공동대표로 세웠습니다. 사외이사도 이수만 PD의 고교 동창이고. 경영진 거의 전부가 이수만 PD 지인입니다. 결국 최종 의사결정은 이수만 PD가 했을 겁니다. 다만 법적인 책임은 안 졌어요.
경영권 분쟁의 빌미는 사실 이수만 PD 본인이 제공했죠. 개인 회사를 통해 일종의 '통행세'를 받은 부분입니다. 이수만 PD는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서 SM엔터 매출의 6%를 매년 가져갔어요. '프로듀싱에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전부 관여가 되어 있으니까, 자신 몫을 받아야 한다' 이게 이유였습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수수료로 받은 게 대략 1600억원쯤 된다고 합니다.
이수만 PD 입장에선 내가 다 한 거다. 그러니까 내 몫을 떼는 게 당연하다. 이럴 수 있는데. 회사 주주들 입장에선, 이 탓에 이익을 많이 못 내지 않냐. 수수료 같은 거 떼서 개인적으로 가져가지 말고, 회사 이익을 늘려서 배당받아라. 그래야 다른 주주들도 공평하게 이익을 받는다. 그리고 어차피 네가 최대주주니까 배당하면 제일 많은 몫을 받지 않냐. 이렇게 따졌습니다.
사실 제조업이나 다른 산업 같으면 이런 식의 통행세는 말이 안 되죠. 문제의 소지가 큽니다. 그런데도 수수료를 받은 것은 엔터 산업의 특수성 때문인데요. 이수만, 박진영, 양현석. 이런 프로듀서들의 노하우와 역량이 회사에 절대적이잖아요. 이걸 빌미로 계속 돈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런데도 받아들이기가 주주 입장에서 쉽지 않았을 겁니다. SM엔터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다가 진짜 딱 걸린 게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란 곳 때문이에요. 여기가 2022년 주주총회 때 SM엔터에 감사 한 명을 선임하는 데 성공해요. 이수만 PD가 넘 해 먹는다. 우리가 들어가서 장부 보겠다.
얼라인은 지분이 당시에는 1%도 채 안 됐고, 지금은 1% 조금 넘는 수준인데. 이걸 어떻게 관철했냐면, 국민연금 같은 지분 많이 보유한 대형 기관의 동의를 받아요. 이수만 PD가 매출의 6%나 떼가는 것도 사실 얼라인이 들어가서 밝혀낸 겁니다. 그전에는 계약 구조를 짐작만 했을 뿐이지 정확히는 몰랐거든요.
얼라인은 그리고 SM엔터 경영진을 압박하죠. 이거 문제 되면 당신들도 재판 받을 수 있다. 통행세 이런 거 끊어 내고 주주가치를 높여라. 사실 경영진도 모를 리 없죠. 문제의 소지는 있는데, 이수만 PD니까 어쩌지 못하고 그냥 유지했을 겁니다. 근데 명분이 너무 확실해서 작년 9월 덜컥 받아들입니다. 올해부터 라이크기획에 수수료 6% 안 주겠다. 선언합니다.
얼라인은 사실 요즘 SM엔터 말고도 시중은행 7곳에 이자 장사로 번 돈을 주주에게 배당하라고 요구해서 기관, 개인 할 것 없이 큰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힘이 적지 않습니다.
SM엔터 경영진은 또 주주총회 열어서 이사회도 투명하게 바꾸겠다. 이수만 PD 지인 이런 분들 내보내고, 객관적으로 경영 판단 할 수 있는 인물들로 채우겠다고 약속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이수만 PD에 의존하지 않고, 프로듀싱을 다각화 하겠다. 이런 개편안들을 최근까지 줄줄이 내놓습니다. 다 얼라인이 요구한 것들입니다.
근데 결정적으로 카카오를 끌어들입니다. 카카오엔터를 상대로 신주 발행해서 지분 9.05%를 확보해 주기로 합니다. 신주가 발행되면 기준 주주의 지분이 희석돼 이수만 PD 지분은 기존 18.78%에서 16.7%로 쪼그라드는데요. 그러니까 명분을 제시한 얼라인, 결정권이 있는 경영진, 그리고 '전주' 역할을 하는 카카오가 한 편을 먹고 이수만 PD를 몰아내고. 더 나아가 지분까지 낮추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 이건 이쪽 표현이고, 이수만 PD 입장에선 쿠데타를 일으킨 겁니다.
이수만 PD가 제대로 한 방 먹은 거죠. 자기 받는 돈도 안 준다고 하고, 지분도 무력화하고. 이수만 PD는 하는 수 없이 안 쓰려고 했던 '히든카드'를 씁니다. 하이브에 자기 지분을 팔아요. 2023년 2월 10일 전격 매각을 발표합니다.
팔기로 한 지분은 14.8%. 가격은 1주당 12만원, 총 매각액 4228억원. 이게 대단한 것이. 우선 경영권 프리미엄을 크게 받았어요. 이 거래 전날 주가가 9만8500원. 그럼 21%가량 비싸게 판 건데.
근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고. 시점을 더 뒤로 하면 사실상 두 배 받은 겁니다. 이수만 PD가 원래 2~3년 전부터 계속 주식을 팔겠다고 했거든요. CJ E&M하고 협상했다 틀어지고, 카카오엔터와 협상했다가 틀어지고. 근데 이 매각을 논의할 때 SM엔터 주가가 얼마였냐면 5만원대. 딱 1년 전 이맘때 저점 찍은 게 5만4500원이거든요. 근데 두 배 넘게 더 받은 겁니다.
이수만 PD에게 주는 수수료 끊으라고 압박한 얼라인이 사실은 주가를 다 띄워 놨어요. 경영개선 요구하면서요. 원래 팔기로 했다가 취소하고, 지금 이 시점에 판 게 이수만 PD 입장에선 2000억원 더 받은 겁니다. 얼라인에 한턱 크게 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또 하나는 매각 상대인데. 원래 하이브에는 안 팔 거다. 이렇게 많이들 봤어요. 그래도 이수만 PD의 자존심이 있는데. CJ나 카카오는 대기업이니까 팔 수 있다고 치고. 또 엄밀히 말해선 경쟁 상대도 아니까.
그런데 하이브는 다르죠.하이브는 SM엔터를 가장 위협하는 경쟁상대죠. 또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서울대 후배, 그것도 까마득한 후배이기도 하고. 하이브 설립도 2005년이니까 창업도 훨씬 늦었고. 물론 BTS로 한방에 떴지만 그래도 내가 낫지. 이런 맘이 이수만 PD 입장에선 없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카카오가 치고 들어오니까, 방시혁 의장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이브는 현재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1강이죠. 예전에는 SM, JYP, YG가 3강이었는데. BTS가 빌보다 장악하고 하이브가 다 제쳤어요. 증시에서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SM JYP YG 다 합한 것보다 더 큽니다. 이것도 BTS 군대 문제 때문에 떨어진 것이고. BTS가 완전체가 되고, 뉴진스가 탄력을 받으면 주가는 올라갈 여지가 큽니다.
여기에 SM엔터까지 가져간다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 같은데요. SM엔터 주주들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원래 명분에선 카카오, 얼라인, 현 경영진이 앞서고 있었는데요. 실리 면에서 보면 지금 하이브가 낫다는 평가입니다. 기존 SM엔터 주주들은 주가 잘 띄워주고 회사 가치 높여줄 하이브와 이수만 PD 간 협력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이브는 여기에 일반 주주들에게 '당근'도 줬죠. 이수만 PD 지분 말고, 다른 투자자들 지분도 사서 40%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매입 가격을 이수만 PD와 동일한 주당 12만원으로 정했어요.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관, 개인 다 준 겁니다. 이건 전례가 거의 없어요. 당연히 주주 입장에선 좋은 일입니다.
또 이수만 PD는 카카오엔터가 SM엔터 지분을 받아 가는 게 불법이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SM엔터 정관상 긴급한 자금조달 필요성이 있을 때만 제 3자, 그러니까 카카오 같은 회사에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수만 PD가 소송을 제기하고, 이 소송에서 이긴다면 카카오엔터는 '나가리'가 되는 것이지요.
이쯤에서 이수만 PD는 왜 지분 팔고 나가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수만 PD는 사실 오래전부터 은퇴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1952년생으로 나이가 칠순을 넘겼죠. 과거 모든 소속 아이돌의 프로듀싱을 도맡아 했지만, 요즘은 미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합니다. 경영뿐 아니라 프로듀싱에서도 손을 뗄 때가 됐다는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이수만 PD의 두 아들에게 승계하기도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도 있습니다. 공장이 있고, 설비가 있는 제조업과 다르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사업을 물려주는 게 어렵죠. 장남 현규 씨가 승계할 것이란 말도 나왔는데 라이크기획의 통행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쏙 들어갔습니다.
이수만 PD 입장에선 회사 가치가 높을 때, 그리고 사겠다는 곳이 많을 때, 비싼 값에 팔고 돈이나 유산으로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습니다. 이건 뇌피셜 이고요. 확인은 안 됐습니다.
얼마 전 EXO의 백현이 대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는데요. 백현은 EXO에서 가장 큰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멤버인데, 앞으로 본격 활동하면 SM엔터 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샤이니의 태민도 올 4월에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고, 에스파는 정규 앨범을 곧 내놓기로 했어요. 일본 단독 콘서트도 연다고 합니다. SM엔터에 여러모로 좋은 일이 많은데요. 이번 경영권 매각, 대주주의 손바뀜도 결과적으로 좋은 일 중 하나가 됐으면 합니다.
하이브든, 카카오든 새로운 주인이 오면 더 비상하길 기대합니다. 이수만 없는 SM엔터, 디즈니 버금가는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날지 눈여겨보겠어.
기획 한경코리아마켓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안재광 기자 편집 박지혜·예수아·이하진 PD 촬영 박지혜·예수아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
방탄소년단(BTS)의 공식 상품 스토어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문을 열었다. 신세계면세점은 이곳을 통해 한국을 찾은 전세계의 BTS 팬클럽 '아미'를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일 명동점에 BTS 공식 굿즈 등을 판매하는 ‘스페이스 오브 BTS’를 열었다고 6일 발표했다. 이곳에서는 BTS의 공식 상품을 판매하고 BTS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다. BTS 스토어 입점은 K팝에 빠져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략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6년만에 한국을 찾는 등 하반기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신세계면세점은 향후에는 오리지널 콘텐츠 '인더숲 BTS'의 촬영지 투어상품과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촬영지를 관람한 후 신세계면세점에 방문해 공식 상품을 구매하는 일종의 '성지순례' 상품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의 공식상품과 음악 등을 종합적으로 선보이고 판매할 수 있는 차별화된 ‘SPACE OF BTS’ 공식 상품 스토어를 오픈하게 되어 기대가 크다”며 “앞으로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국내외 고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네이버가 연초 이후 18% 넘게 오른 가운데 해당 기간 카카오 주가는 7%가량 밀리는 등 상대적으로 부진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6일 유안타증권은 카카오에 대해 금리 인상 종료 시엔 성장주로서 주가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은 기존의 7만5000원과 '매수'를 유지했다.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광고의 경우 마진율이 높은 광고매출 회복이 회사 실적 회복의 핵심"이라며 "하지만 3분기는 2분기 대비 비수기이고 친구탭 비즈보드 단가 인상분이 9월 한 달 바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 연구원은 "모빌리티의 경우 택시 요금 인상에도 카카오 택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매출이 오르는 상황이고, 페이부분은 해외여행 증가로 국내외 결제가 늘어나고 있다"며 "음악 부문은 에스엠이 3분기 NCT와 에스파 신규 앨범 효과로 2분기 대비 영업익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했다.그는 "4분기 광고 회복세를 업고 금리인상까지 종료하면 성장주, 플랫폼사로서 주가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3분기 실적과 주가 상승 모멘텀(동력) 여부가 아직 불확실한 만큼 3분기 실적발표 전과 후 어느 시점이 적합할 매수 시점일지는 고민"이라고 말했다.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경기 침체로 정보기술(IT) 업계 채용이 얼어붙고 있다. 매년 상·하반기 수백 명씩 뽑았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채용 시장이 급격히 냉각됐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개발자들에게 고연봉에 억대의 파격 보너스까지 얹어줘 이직이 활발한 편이었지만 상황이 확 바뀐 것이다.채용 시장 한파에 이직자들도 줄면서 대부분 5년 이내였던 IT 기업들의 근속연수도 최근 6년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용·이직 시장이 얼어있다"며 "IT 기업들도 이직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며 머물러 있는 직원들이 늘어났다"고 귀띔했다.반 년마다 수백 명씩 뽑았는데…네카오, 올 하반기 공채 없다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 하반기 대규모 공개채용(공채)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던 코로나19 기간에는 상·하반기 수백 명씩 채용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유행이 꺾이고 엔데믹 수순으로 가면서 채용 기조를 보수적으로 선회했다.네이버의 경우 지난 3월 올 상반기 신입 공채를 끝으로 올해는 더 이상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신입 공채 계획은 없다"면서 "다만 필요한 이력에 대해서는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본사는 채용 계획이 없지만 네이버웹툰, 네이버클라우드 등 일부 계열사에서 경력직과 인턴을 채용하는 식이다.네이버는 코로나19가 정점을 찍던 2021년에는 상·하반기 모두 세 자릿수 규모 채용을 진행했다. 그해 상반기에는 900명에 달하는 개발자 채용 계획을 내놨고, 하반기에도 세 자릿수 규모의 직원 채용을 진행했다.지난해에도 상·하반기 공채를 진행했으나 올해는 연 1회로 채용 횟수가 줄어들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업황 악화, 인건비 부담 등으로 고정비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인건비를 포함한 개발운영비는 인력채용의 통제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연간 인건비는 연초에 세웠던 효율화 계획대로 집행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카카오 역시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이 불투명한 상태다. 카카오는 매년 상반기에 진행하던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올해엔 진행하지 않았다. 경력 개발자 수시채용을 중단하는 등 인력 채용을 사실상 멈춘 상태다. 매년 하반기 실시해온 대규모 공채는 올해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공채 여부와 시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카카오 본사 외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들 역시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남아있고 싶어요"…늘어나는 네카오 근속연수이들 기업이 채용에 신중해진 이유는 코로나19 호황기 개발자 등 인력 채용을 공력적으로 늘리면서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조직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의 직원수는 4811명으로 최근 3년 사이에 40%(1377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인건비를 포함한 개발·운영비 부담도 지난해 말 기준 2조원 규모(매출액 대비 25% 수준)로 2배 안팎으로 불어났다.특히 코로나가 극심했던 2020년~2021에는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부담이 컸다. 회사 측은 채용 속도를 조절하며 수익성 강화에 더 초점을 두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인건비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카카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3년새 카카오 직원 수는 2534명(2019년 말 기준)에서 지난해 말 3681명으로 1147명(45%)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건비는 7000억원 수준에서 1조7000억원(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대비 비중 24%)까지 증가하며 급격히 늘었다. 카카오는 앞서 2018년에도 영업이익 감소로 진행하던 직원 채용을 중단한 바 있다.채용 시장 냉각으로 이들 기업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증가하고 있다. 직원 1인 평균 6년을 못넘기던 네이버의 근속연수는 지난해 말 5년9개월, 올 상반기에는 6년6개월로 늘어났다. 카카오 역시 대부분 5년 이내였던 직원 1인 평균 근속연수가 지난해말 4년9개월에서 올 상반기 5년3개월로 길어졌다.업계 관계자는 "개발부터 기획, 사업 등 부문 별로 채용 시장이 얼어붙어있다보니 대부분 이직보다는 안정적으로 다니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코로나19 특수 등으로 창업에 도전하던 사례는 지난해부터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