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디지털 교육혁신방안·학교시설 복합화 등 발표계획 등

교육부가 지난해 두 번의 리더십 공백을 겪으면서 쌓인 현안을 해결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주요 정책의 발표 시기가 줄줄이 뒤로 밀리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일부는 학생·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기다리는 정책이라 적절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교육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를 비롯한 20개 기관의 업무보고를 진행한다.

그런데 지난달 5일 교육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신년 업무보고와 이번 국회 업무보고 자료를 비교하면 주요정책의 발표 시기가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넉 달가량 뒤로 밀렸다.

우선, 이달까지 수립하기로 했던 고교학점제 보완방안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상반기'로 발표 시기를 조정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진로·적성에 맞는 과목을 골라 듣고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당장 내후년인 2025학년도부터 전면 적용될 예정이어서 학생·학부모들의 관심이 크다.

고교 수업체계 자체를 바꾸는 큰 변화인데다 추진 과정에서 정권이 바뀌고 현장에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교육부는 '보완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이주호 부총리 취임 후에는 현재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성취평가제)를 병행하는 고1 공통과목 내신을 전면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이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교학점제) 선결 조건은 현장의 준비가 충분해야 한다는 것인데 일부 교육감님들은 무리라며 난색을 보이는 분들이 계신다"며 "내년 2월쯤이면 (세부 시행계획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해 꾸려놓은 전문가 태스크포스 대신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해 14일 첫 회의를 열었고, 세부 추진계획 발표 시기도 상반기로 넉 달 미뤘다.

한편 이 부총리가 중점 과제로 추진하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방안' 수립 역시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에는 1월에 발표한다고 했지만,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는 2월로 발표 시기가 조정됐다.

신도시 '콩나물 교실' 문제 등 '학급 과밀 해소 지원계획'은 1월에서 4월로, 학교에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하는 문화·체육·생활편의 시설을 짓는 '학교시설 복합화 활성화 방안'은 2월에서 3월로 미뤄졌다.

개혁과제 간의 일관성을 위해 꾸리기로 했던 '교육개혁자문위원회' 출범은 1월에서 3월로 조정됐다.

교육계와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윤석열 출범 직후 교육부가 김인철 부총리 후보자 낙마와 박순해 부총리 사퇴 등 두 번의 리더십 공백을 겪으면서 '숙제가 밀린'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 5세 입학' 논란 이후 여론에 크게 신경쓰게 된 점도 발표 내용과 시기를 신중하게 조율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책 수요자인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제대로 된 설명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고교체제 개편이다.

교육부는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존치 여부 등 고교체제 개편 시안을 지난해 내내 '연말까지' 내놓겠다고 했지만, 지난 달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이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묻자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외고 존치는 이미 언론에 여러 번 보도되지 않았느냐"며 "더 큰 범위의 '고교교육력 제고방안'을 상반기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언론에 대략적인 정책방향이 보도된 게 정부가 발표를 그냥 미룰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며 "업무보고는 대통령에게만 하는게 아니라 '학생·학부모에게 공지'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어떤 사정으로 발표를 미루는지 국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생략됐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