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왼쪽)과 찰리 멍거 부회장.  /AFP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왼쪽)과 찰리 멍거 부회장. /AFP
"암호화폐는 화폐도, 보증서도, 상품도 아니다. 그저 그런 도박(Gambling)에 불과하다"

찰리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99)이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이 암호화폐를 금지해야 하는 이유'라는 기고문을 실으며 암호화폐를 이렇게 비판했다. 그는 암호화폐가 도박장이 100% 우위를 선점한 도박에 불과하다고 분류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멍거 부회장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사업 동반자다. 그 역시 투자 대가로 유명하다. 벅셔해서웨이의 기초를 다진 설계자라서다. 버핏 회장도 멍거에게 투자 기법을 전수하고 '적당한 회사를 저렴하게 사는 것보다 훌륭한 회사를 적당한 가격에 사는 법'을 발전시켰다. 수십 년간 보유할 수 있는 가치투자 전략을 짠 것이다.

멍거 부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서만 수천 개의 암호화폐가 발행됐고 정부의 승인 없이 자유롭게 거래됐다"며 "암호화폐 발행사에는 무료에 가까운 가격에 팔렸지만, 투자자들은 구조를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 비싼 가격에 매입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시급히 규제를 도입하라는 의견을 냈다. 암호화폐의 주도권이 사실상 거래소와 발행사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멍거 부회장은 규제 도입을 위해 두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의 해악을 명분으로 거래 금지 명령을 낸 전례를 들었다. 18세기 초 영국의 사례도 언급했다. 동방 국가와 무역을 하는 상선이 고의로 속도를 늦췄다. 이를 통해 공급을 통제해 무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속셈이었다.

영국 의회는 강경책을 내놨다. 모든 주식증서를 퇴출하고 이 규제를 100년간 유지한 것이다. 강력한 규제 덕에 국부가 무탈하게 쌓였다. 이에 따라 영국은 시민 혁명을 거치지 않고 민주화와 산업혁명을 이뤄내고, 미국에 진출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멍거 부회장은 "암호화폐를 퇴출한 뒤 미국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내려면, 비상식적이더라도 중국 공산당이 내놓은 대안을 관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역설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