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흐름이 빠르게 약화하면서 ‘환테크족’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14년 만에 1400원 선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200원 초반대로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달러 사재기’를 추천할 때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 추세 때문이다. 지난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31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4월 15일(1229원60전) 이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 18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101.53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5월 31일 이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달러인덱스의 연말 전망치를 기존 104에서 98로 낮췄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폭을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 강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 상반기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고, 연내 금리 인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둔화됐고 경제 침체 조짐은 뚜렷해지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자산 일부를 환테크에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외화 정기예금을 짧게 가져가는 것도 방법이다. 시중은행 외화 정기예금은 가장 손쉽게 환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이다. 환율 변동 차익은 물론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판매하는 외화 정기예금 상품은 가입 기간이 1일~2년까지 다양한 데다 기간 조정도 가능하다. 지난 29일 기준 시중은행의 만기 1년 외화 정기예금(거주자 기준) 금리는 하나(연 4.49%) 우리(연 4.93%) 신한(연 4.78%) 국민(연 4.31%) 등이다. 외화 예금 금리가 원화 예금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인데다 만기 3, 6개월 금리 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입 기간을 짧게 잡아 변동성에 대응할 수도 있다.

실제로 달러 예금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은 전달보다 35억9000만달러 늘어난 1109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6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 등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예금이다. 이 가운데 미 달러 예금은 18억6000만달러 늘어난 953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기업은 825억7000만달러로 16억9000만달러 늘었고, 개인은 1억7000만달러 증가한 128억100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자 기업들이 해외직접투자 자금을 예치해 두면서 달러 예금이 불어난 것이란 분석이다. 개인들의 경우 달러가 쌀 때 사두려는 수요가 달러 예금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