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법원 허가·이용자 통지의무 명문화해야"
통신자료 조회 통지안하는 수사기관…"법 개정 필요"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대상자에게 알리도록 관련 법 개정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2021년 서울 한 검찰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은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과 몇 차례 통화 기록이 있는 시민의 통신자료를 조회했으나 당사자들에게 아무런 통지도 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또 같은 해 하반기 모 언론사 소속 기자와 가족 등의 통신자료를 조회하고서 이를 통지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이외에도 17개 언론사 기자 70여명과 외교 전문가, 민간 외교안보연구소 연구위원 등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따르면 정보·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자에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통신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근거해 수사상 필요에 따라 적법하게 통신조회를 했으며, 관련 법에 사후통지 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아 통지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통신자료를 영장도 없이 광범위하게 취득하면서 당사자에게 통지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사생활 비밀·통신의 비밀,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개인정보가 어느 정도까지 알려지고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는 정보 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수사기관도 개인정보를 파악하고 수집하는 과정에서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것은 개인 또는 기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법 조항의 미비에 따른 것이므로, 법률 개정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인권위는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통신자료 요청 때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이용자에 대한 통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기도록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권고했다.

공수처장과 검찰총장, 경찰청장에게도 관련 매뉴얼 제·개정을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