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시세를 공시가격의 최고 150%까지 인정해주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반환보증제도가 대규모 ‘깡통전세’ 부실 위험을 키운 도화선이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자 HUG는 보증 한도를 뒤늦게 140%로 축소해 올해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세사고 부른 '공시가 150%' 보증…HUG, 뒤늦게 140%로 축소
전세금반환보증은 세입자가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HUG가 전액 보증해주는 제도다. HUG는 2015년부터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 빌라 등을 대상으로도 공시가의 150%까지 전세 보증을 해줬다.

이 덕분에 빌라왕은 매매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전셋값을 설정할 수 있었다. 예컨대 공시가가 1억원인 빌라는 HUG가 보증해주는 1억5000만원(150%)까지 전셋값을 올려 계약하는 식이다. 이들은 높게 받은 전세금으로 자기자본 없이 빌라 수백 채를 사들였다. 남은 차액은 부동산 중개업자와 컨설팅업체 등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자 기존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HUG가 대신 갚아준 보증금만 3년 새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시가격 적용 비율을 10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며 “지금은 계약서를 HUG에 별도로 제출해야 보증받을 수 있는 사후 보증 체계인데, 이를 계약 이전에도 매물별로 얼마나 보증받을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사전 보증 체계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사고는 지난해 5443건으로 2018년(372건) 대비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HUG 관계자는 “보증 한도를 무리하게 낮추면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가입하지 못할 수도 있어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