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에 대해 감사…소중한 사람들 곁에 있다는 것 확인"
'남극점 도달' 김영미 대장 "두려웠지만, 매 순간 살아 있었다"
김영미(43·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대장은 남극점을 향해 홀로 걸었던 51일을 두 가지 상반된 감정으로 설명했다.

김영미 대장은 25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들어서며 "마지막 날까지 무섭고 떨리고 두려웠다"고 털어놓으면서도 "51일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걸었는데 순간순간이 다 살아있었다.

온몸으로 바람과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특권의 시간을 남극에서 보내고 왔다"고 말했다.

한국인 최초 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아무런 보급도 받지 않고 홀로 1천186.5㎞를 걸어 남극점에 도달하는 이정표'를 세우고도 김영미 대장은 "그냥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좋은 사람들, 따듯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성과에 비해 소박한 감상을 내놨다.

김영미 대장은 일반 사람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혹독한 환경에 기꺼이 자신을 던지지만, 아주 소박한 것에 감사해한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도 깊이와 소박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다음은 김영미 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남극점 도달' 김영미 대장 "두려웠지만, 매 순간 살아 있었다"
-- 남극점에 도달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

▲ '아, 이제 끝났다.

이제 내가 걸어가야 할 거리가 0이 됐다'는 '비움에 대한 기쁨'이 있었다.

우리가 수영하거나 마라톤을 할 때도 에너지가 다 떨어졌을 때 설명하기 어려운 희열을 느끼지 않나.

그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사실 남극점에 도달하기 전날에도 너무 추워서 '동상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마지막 날까지 이렇게 무섭고 떨리고 두려운데, 100㎏ 넘는 썰매를 끌고, 1천㎞가 넘는 거리를 어떻게 걸어왔나, 나의 51일을 되돌아봤다.

사실 가장 격한 감정이 들었던 순간은 (현지시간 11월 27일) 남극점을 향해 출발할 때였다.

-- 한국에 도착한 기분은.
▲ 당혹스러운데요.

너무 많이 나와 계시다.

아직 공항 밖으로 나가보지 않았지만, 한국은 겨울에도 따듯하다.

(웃음)
-- 원정 중에 어떤 보급도 받지 않고, 홀로 남극점을 향한 것이 더 큰 관심을 얻었는데.
▲ 남극에는 색이 없다.

색이 없는 것 자체가 남극의 특징이다.

그런 외로움을 감수하고 출발했기 때문에 고립감은 크게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단독으로 걷는 것과 팀을 이뤄 가는 것은 우열의 대상이 아니다.

그냥 다른 스타일의 등반이다.

박영석 대장님이 팀을 이뤄 2004년 남극점에 도달하셨을 때의 기록 좌표를 봤는데 '어떻게 이 구단을 그렇게 빨리 지나갔나'라고 생각했다.

팀 원정의 매력과 단독 원정의 매력은 서로 다르다.

혼자이기 때문에 느끼는 순수한 감정도 많다.

-- 이번 원정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 51일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걸었는데 순간순간이 다 살아있었다.

온몸으로 바람과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특권의 시간을 남극에서 보내고 왔다.

--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 짐이 담긴 100㎏ 넘는 썰매를 끌고 다녔는데, 체감상 그 무게가 전혀 줄지 않았다.

20년 이상 산을 다니면서 느낀 고통을 51일에 압축해서 매일매일 다른 증상으로 겪은 느낌이었다.

매일이 힘들었다.

그래도 매일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다.

'남극점 도달' 김영미 대장 "두려웠지만, 매 순간 살아 있었다"
-- 다음에는 무엇에 도전할 것인가.

▲ '남극에 가겠다'고 얘기한 순간부터 많은 분이 '다음엔 또 어디로 갈 건데'라고 물으신다.

23년 동안 산을 다녔다.

몸만 회복하면 언제든, 어디든 갈 수 있다.

다만 남극이 워낙 크고 버거운 상대여서 남극 원정 이후의 계획은 이후에 생각하기로 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계획을 세우겠다.

-- 가장 힘이 된 사람이나 조언은.
▲ 약 23년 동안 산을 탔는데 그동안 많은 사람의 영향을 받았다.

한 선배는 '열 번을 해도 안 되는 일이 한 번에 일어날 수 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그 한 번의 기회를 붙잡는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이번 원정 중에 가장 많이 떠올랐다.

-- 남극으로 떠나기 전 녹음해간 소리가 있다는데.
▲ 남극에는 바람 소리밖에 없다고 생각을 해서 자동차 소리 같은 도사의 소음을 녹음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 내가 그리워할 사람들의 목소리도 담아갔다.

-- 남극점에 도달하기 전과 지금, 달라진 게 있는가.

▲ 그냥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좋은 사람들, 따듯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