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막아온 튀르키예, 입장 바꿀지 주목
"미,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 판매 추진…의회에 승인 요청키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튀르키예에 대한 약 200억 달러(약 24조8천억원) 상당의 F-16 전투기 판매를 승인해 줄 것을 미 의회에 공식 요청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 바이든 행정부가 F-16 전투기 40대와 터키 공군이 보유 중인 F-16 79대를 위한 정비 키트를 수출하기 위해 의회 승인을 요청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당국자는 의회가 승인한다면 공대공 미사일 900여기와 항공폭탄 800여발도 함께 수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은 튀르키예의 비협조로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늦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수십 년간 유지하던 군사적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같은 해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이들 국가가 자국 내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 관계자들의 신병을 보호 중이란 이유로 나토 가입 허용에 반대해 왔다.

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F-16 판매 추진을 튀르키예로 하여금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동의하도록 하는 일종의 지렛대로 쓰려 한다고 전했다.

미국은 튀르키예에 대러제재 수위를 높이고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성사시키는 데 동참해 러시아를 상대로 한 공동전선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을 요구해 왔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내주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WSJ은 차우쇼을루 장관의 방문에 맞춰 미 의회가 F-16 판매를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앞서 미 정부 당국자들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동의하는 대가로 튀르키예에 보상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며, F-16 판매 추진 역시 이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터키와 역사적으로 앙숙 관계인 이웃 그리스에 대한 F-35 전투기 판매 승인도 함께 요청할 예정이라고 WSJ은 덧붙였다.

튀르키예와 그리스는 에게해 섬 영유권과 영공침범, 지중해 자원 탐사 등 여러 문제에서 마찰을 빚어왔고, 지난 반세기 동안 전쟁 직전까지 갔던 적도 세 차례나 된다.

미 당국자들은 두 나라에 대한 전투기 판매 승인 요청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한쪽에만 무기를 판매할 경우 즉각적인 반발이 나올 것을 고려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