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의 경찰공제조합 건물 앞에서 시위대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글귀가 적힌 팻말과 깃발을 들고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의 경찰공제조합 건물 앞에서 시위대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글귀가 적힌 팻말과 깃발을 들고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미국에서 흑인 여성 살해 사건이 급증했으나 해결된 건수는 다른 인종·성별 피살 사건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 집계 결과, 2021년 미 전역에서 흑인 여성 2077명이 살해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9년보다 51% 늘어난 수치로, 다양한 인종·성별 그룹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전체 살인사건 발생 건수는 34% 늘었다.

미제로 남은 흑인 여성 살인 사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WSJ이 미국 주요 도시 21곳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2021년 흑인 여성 피살 미제 건수는 2018∼2019년보다 89% 증가해 다른 인종·성별 그룹을 압도했다.

이들 21개 도시에서 발생한 흑인 여성 피살 사건 가운데 가해자를 체포·기소하거나 용의자를 특정하는 등 '해결'로 분류된 사건의 비율은 2018∼2019년 67%에서 2020∼2021년 59%로 약 8%포인트 떨어졌다.

남성의 경우 백인 피살 사건의 해결률은 58%로 변화가 없었고, 흑인 남성은 45%에서 41%로 4%포인트 내려갔다. 전체 살인사건의 해결 비율은 51%에서 49%로 2%포인트가량 소폭 낮아졌다.

이 같은 차이에 대해 사법당국과 범죄학자 등 전문가들은 아직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흑인 여성 살인사건의 양상 변화, 전반적인 경찰 인력 부족, 2020년 경찰 체포 과정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와 브레오나 테일러가 숨진 이후 흑인 커뮤니티에서 깊어진 경찰 불신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클리블랜드 경찰국 대변인인 제니퍼 치아차 경사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 이후 법원·검찰과의 접촉이 제한되면서 살인사건 해결 비율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