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머릿속에 늘 넘쳐나는 사업 아이템과 달리 제대로 된 직업도 마땅히 하는 일도 없다.
잘 나가던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는 누명을 뒤집어쓰면서 의사 면허가 정지된 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대리 수술을 하는 신세다.
영화 '압꾸정'은 2007년 서울 압구정 일대를 인맥으로 장악한 대국과 한국 최고의 손기술을 지닌 성형외과 의사 지우가 각자의 인생 제2막을 위해 손을 잡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어에 능통한 상담 직원을 배치하고, '비포&애프터' 광고로 추가 고객 유치에 성공하면서 병원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기 시작한다.
여기에 '압구정 큰손' 태천이 모시던 중국 자본가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대국은 사업 계획을 현실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지우는 스타 의사가 되고 대국은 많은 돈을 손에 넣어 꿈꾸던 압구정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이 오로지 자신의 실력 덕분이라고 믿는 지우의 자만, 더 큰 돈을 벌고 싶다는 대국의 욕망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두 작품은 장르는 다르지만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캐릭터성에 기대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빨간 머리에 화려한 오렌지색 셔츠, 핑크빛 선글라스까지 마동석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시감이 드는 이유다.
대국이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간단한 곱셈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허당스러움으로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는 부분은 '범죄도시' 시리즈 속 마 형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마동석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인 '정의구현 액션'의 부재도 아쉬움을 남긴다.
극 중 대국은 허세 섞인 거짓말을 늘어놓는 인물로, 성공을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한다.
짧은 액션 장면이 중간중간 삽입됐음에도 '범죄도시'에서와 같은 통쾌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대국, 지우, 미정, 태천, 규옥(오연서)이 힘을 합쳐 압구정을 'K-뷰티'의 성지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경쾌한 리듬의 케이퍼 무비 형식을 따르지만, 빠른 전개 탓에 좀처럼 개연성을 느끼기 어렵다.
연출을 맡은 임진순 감독은 시사회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마동석 배우가 가지고 있는 위트나 유머 코드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다"며 "코미디적인 상황도 있지만 캐릭터 중심의 영화다.
배우들에게 많이 의존했다"고 말했다.
30일 개봉. 112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