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롯데쇼핑이 1조원을 투자해 '그로서리 1번지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최근 롯데 위기설에 롯데그룹주 주가까지 흔들리는 상황이었는데요. 1조 투자로 위기설까지 잠재우는 모습입니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신 기자, 먼저 1조 투자 내용부터 짚어보죠.

<기자>

롯데쇼핑이 AI·로봇으로 유통업을 혁신한 영국 기업 '오카도'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식료품 주문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을 도입하게 되는데요.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국내 온라인 식품유통시장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게임체인저가 되겠단 겁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한단 건데요. 2032년에는 온라인 시장에서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앵커>

계약 체결식에 신동빈 롯데 회장도 참석해 양사 간 협력이 상호 성장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카도가 어떤 기업이길래 신 회장까지 직접 나서 힘을 실은 겁니까?

<기자>

오카도는 최근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기업입니다.

2000년 골드만삭스 출신 트레이더 3명이 설립했는데요. 매장 없는 온라인 슈퍼마켓으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식료품 배송 전반에 대한 통합 솔루션인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개발해 창업 20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유통 기업으로 성장했는데요.

오카도 시스템은 고객이 주문과 동시에 로봇이 신속하게 제품을 포장대로 운반해 포장하고 이를 배송 차량에 보내 고객에게 전달합니다.

AI·로봇만으로 가능한건데, 이 같은 핵심 기술력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는 데 성공한 겁니다.

최근에는 미국 최대 식료품 업체인 크로거를 비롯해 캐나다 소베이, 일본 이온 등 9개국 11개 업체가 오카도의 이런 첨단 물류 솔루션을 도입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롯데가 처음으로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도입한 겁니다.



<앵커>

롯데는 국내 대표 유통 기업입니다만,

온라인 식품 배송 부문에 있어서는 마켓컬리나 이마트의 SSG닷컴 등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 또한 이커머스 성공 비결을 오카도에서 찾았고, 새벽배송 강자 마켓컬리도 롤모델로 오카도를 꼽을 정도인데요.

이에 롯데는 이미 성공적이라고 검증된 오카도 시스템을 적용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을 선점한단 전략인 겁니다.



<앵커>

오카도 시스템이 적용된 자동화 물류센터는 언제부터 가동되는 겁니까?

<기자>

롯데와 오카도가 설계 중인 온라인 그로서리 마켓은 이르면 2025년께 구현될 전망인데요.

2030년까지 수도권과 부산 등에 오카도 기술을 실현할 자동화 물류센터 6곳을 오픈한단 계획입니다.

이 자동화 물류센터를 통하면 적재 가능한 상품 종류가 기존보다 2배 이상 늘어 한층 더 다양한 상품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또 매일 1시간 간격으로 33번의 배차가 이뤄져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지연 없이 물건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미 해외에선 오카도 시스템을 통해 정시 배송률이 입증됐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오카도가 영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슈퍼마켓의 정시 배송률은 97% 이상으로 나타났고요.

캐나다의 소베이 역시 정시 배송률이 98%에 달합니다.

또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로 식품 폐기율은 0.4%에 불과한데요.

국내 대형마트와 슈퍼가 각각 3%, 4%라고 하니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롯데는 구매 이력과 성향에 기반해 개인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한 온라인 장보기 앱도 새로 선보인단 계획입니다.



<앵커>

롯데가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식품 시장은 약 135조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온라인 침투율은 25%로 다른 상품군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죠.

유통기한 등 폐기율이 높은 상품의 특성상 배송이나 재고관리에 대한 부담 때문인데요.

쓱닷컴과 쿠팡, 마켓컬리 등이 떠오르지만 아직까지 이 시장에서 뚜렷한 강자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에서 식료품 구매 편의성이 커지면서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될 만큼 성장성은 큽니다.

또한 식료품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상품군으로 평가되는데요.

해당 시장의 선점은 곧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보와도 연결됩니다. 때문에 롯데가 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나선 건데요.

사실상 이커머스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움직임인 셈입니다.



<앵커>

다만, 증권가에선 롯데쇼핑의 1조 투자 발표를 부정적으로 보는 거 같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기자>

온오프라인 플랫폼 시너지가 기대되되지만 단기적 관점에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건데요.

지난해 롯데마트의 온라인 거래금액은 약 4000억 원인데 적자규모는 700~8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온라인 적자를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는 단기적으로 온라인 적자를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식품 시장은 내년 14.5%로 2.9%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롯데쇼핑의 낮은 온라인 점유율을 고려한 건데요.

하지만, 시장에선 롯데쇼핑의 투자에 대해 좋게 평가하는 모습입니다. 주가는 오히려 오르고 있습니다.



<앵커>

롯데의 연이은 투자 발표로 위기설도 잠재우는 모습입니다.

롯데건설 부도설에 롯데캐피탈 기업어음 발행 실패설까지 나오면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연일 추락한 바 있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롯데의 연이은 조 단위 투자 발표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키는 모습인데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가 큰 롯데건설의 부도설이 유포되면서 롯데그룹주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었죠.

이후 롯데케미칼이 동박 제조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다고 밝혀 위기감이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인수금액만 2조 7천억원인데, 자금시장까지 얼어붙어 조달에 대한 우려도 컸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한 달도 안돼 롯데쇼핑이 1조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오히려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롯데쇼핑 측 또한 7~8년 장기적으로 1조원을 투자하는 만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은 없다는 설명입니다.


신선미기자 ssm@wowtv.co.kr
"1조 투자해 신선 유통 1번지로"…롯데, 위기설도 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