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긴장하지 말고 파이팅!"
수험생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온 한 학부모는 고사장으로 향하는 자식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시험장이 마련된 광주 서구 서석고등학교에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수험생들의 입실이 이뤄졌다.

떠들썩한 응원전 대신 수험생이 다니는 일부 학교의 선생님들이 교문 앞에서 기다리며 제자들에게 초콜릿 등 간식과 응원의 말을 건넸다.

수험생 대부분은 저마다 두툼한 외투에 도시락 가방을 손에 들고 덤덤한 모습으로 교실로 향했다.

오히려 자녀를 배웅하러 온 학부모들이 더 긴장한 듯 보였다.

한 수험생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어머니의 손을 한번 꼭 잡아주기도 했다.

이 어머니는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며 뒤돌아서 눈시울을 붉혔다.

일부 학부모들은 그동안 고생한 자녀를 꼭 안아주거나 등을 토닥거려주며 응원의 말을 건넸다.

김미진(47) 씨는 "평소에 아들이 좋아하던 음식으로 도시락을 싸줬다"며 "그동안 준비한 만큼 잘 보고 오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양희선(50) 씨는 "시험 보는 아이는 덤덤한데 오히려 제가 더 떨린다"며 "결과에 상관없이 떨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고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풍암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도 수능을 잘 보고 오길 바라는 간절한 응원 속에서 입실이 이뤄졌다.

한 수험생은 어머니의 격려에 눈물을 쏟아내 교문 옆에서 모녀가 한참을 껴안고 서로를 달래기도 했고, 어느 아버지는 고사장으로 향하는 딸과 가족의 모습을 뒤에서 따라가며 휴대전화에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반려견까지 총출동해 딸을 응원하러 온 가족도 눈에 띄었다.

언니 품에 안겨 온 강아지를 쓰다듬던 수험생 동생은 웃음을 터뜨리며 수험장으로 향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고사장으로 보내고도 한참을 교문 앞에 서서 아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아침 7시 30분께 좁은 학교 앞 골목길에서 차들이 줄을 서자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관들의 마음은 더욱 분주해졌다.

"차들이 이동해야 하니 빨리 나와달라", "자동차 경음기를 울리면 되겠냐"며 차들이 빨리 통행할 수 있도록 바삐 뛰어다녔다.

시험장에 들어갔던 수험생 한 두명이 입실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교문에 다시 나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교문 앞에서 애타게 가족을 기다리던 한 수험생은 차를 타고 도착한 어머니가 신분증을 건네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다른 수험생들도 수험표, 도시락 가방 등을 무사히 전달받고 시험장으로 되돌아갔다.

이날 광주에서는 1만6천720명, 전남에서는 1만3천995명이 수능에 응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