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꺾일 때 '슈퍼 사이클' 대비
과거 슈퍼프로젝트로 호황 누려
"원유값 따라 실적 출렁 안된다"
석유화학 사업 비중 늘려 안정화
2026년 에틸렌 등 年180만t 생산
亞 화학업체 '치킨게임' 우려
치솟는 금리에 자금조달 부담
모회사 아람코의 지원 가능성도

정유 위주 사업구조 탈피

정유사업의 실적은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좌우된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 통상 정유 제품 가격과 정제마진도 함께 뛴다.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정유사 실적은 나빠진다. 국제 유가가 폭락한 2020년 정유사들은 줄줄이 사상 최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크게 출렁이는 정유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에쓰오일 등은 석유화학 사업으로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GS칼텍스가 지난 11일 창사 이후 최대인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석유화학 시설을 구축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열악한 여건에서 과감한 투자
에쓰오일의 과거 역발상 투자를 고려하면 이번 투자에 대한 기대도 크다. 2014년 단행한 ‘슈퍼(SUPER)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2014년 국제 유가가 큰 폭 떨어지면서 289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에쓰오일은 그해 말 1400억원을 투자해 슈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윤활유 원료인 윤활기유와 폴리에스테르 원료로 쓰는 파라자일렌(PX) 생산 설비 효율을 높이는 내용이다.투자가 마무리된 2016년 윤활기유와 PX 가격이 뜀박질했다. 그해 영업이익으로 1조6168억원을 올리며 2020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그해 정유업계 영업이익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도 에쓰오일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지금 당장의 업황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금리·원자재값 급등은 부담
에쓰오일은 8조원의 투자비 일부를 차입금으로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석유화학 업계는 설비투자의 20~50%를 차입금으로 마련한다. 1조6000억~4조원을 외부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에쓰오일은 지난 9월 말 현금성 자산이 1조4193억원에 달한다. 올해만 4조2475억원(증권사 전망치 평균)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등 현금창출력도 안정적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2026년까지 투자를 나눠서 집행하는 만큼 자금 조달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금리와 원자재 구입비가 치솟은 데다 석유화학 시황도 흔들리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에쓰오일 신용등급(AA)과 비슷한 AA- 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3년 만기 기준)는 11일 연 5.361%로 지난해 말(연 2.208%)에 비해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에쓰오일 투자가 치킨게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180만t 규모 에틸렌 등의 물량이 쏟아지면 화학제품 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등 신흥국의 화학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인 만큼 과잉 공급 우려는 기우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익환/차준호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