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빠지게 기다렸다'…문학기자들 애태운 한 권의 책 [구은서의 요즘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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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언론사 문학담당 기자들 사이에는 '애증의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언론사에는 매주 신간이 100권가량 배달됩니다. 사람의 관심이란 매우 희소한 재화입니다. 서점의 수많은 책들 중에서 독자의 이목을 끌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출판사들은 서평 기사를 기대하며 언론사 출판·문학기자들에게 취재용 신간을 제공합니다. 보통 새 책을 찍자마자 언론사별로 한 권씩 보냅니다. 기자들은 서점에 책이 풀리기 며칠 전에 신간을 살펴봅니다.
무수한 경쟁 책들, 언론사마다 다양한 관점…. 문학담당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나의 책에 관심을 쏟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바로 지난달 말 출간된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신작 <인생의 역사>. 신 평론가가 ‘공무도하가’, 김수영의 ‘봄밤’, 윌리엄 셰익스피어 ‘소네트 73’ 등 동서고금의 시 25편을 읽고 쓴 책입니다. 시에 대한 평론과 에세이 사이를 오가는 글들입니다.
신 평론가의 4년 만의 새 책이에요. 신 평론가는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죠. 저도 다른 분야를 담당하는 동료 기자들로부터 이 책 출간 전부터 "혹시 신형철 평론가의 새 책 언제 나오는지 아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출판사(난다)에서는 지난달 취재용으로 언론사마다 <인생의 역사>를 한 권씩 배송했죠. 문학기자들은 이 책을 사수하느라 난리가 났습니다.
모 신문사 문학기자는 "문화부 자리에 책을 뒀더니 다른 분야 기자들이 책을 살펴보고 싶다고 찾아오거나, 심지어는 말 없이 책을 빌려가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서점에 책이 깔리기 전에 신문사에 책이 도착해 있으니 얼른 펼쳐보고 싶었던 걸까요.
또 다른 언론사의 문학기자는 "얼마 전 다른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이 책을 사서 읽는 중인데 내용이 좋으니 서둘러 서평을 써달라'고 했다"며 "새삼 신 평론가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하더라고요.
책 읽는 사람들이 갈수록 귀합니다. 한국 문학 독자 수가 줄고 관련 논의가 위축되면서 '평론의 위기'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그런 와중에도 신 평론가의 글은 여전히 언론사 안팎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어요. 책은 출간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 2만 부가량 나갔다고 하네요. 2008년 그의 첫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가 출간된 후 벌써 10년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두 번째 평론집을 기다리는 독자도 적지 않아요. 사실 그는 마감을 지키지 않는 평론가로 악명이 높죠. 특유의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글을 수없이 고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두 번째 평론집을 내기로 한 출판사 문학동네에는 종종 그의 평론집 출간 소식에 대한 문의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언론사에는 매주 신간이 100권가량 배달됩니다. 사람의 관심이란 매우 희소한 재화입니다. 서점의 수많은 책들 중에서 독자의 이목을 끌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출판사들은 서평 기사를 기대하며 언론사 출판·문학기자들에게 취재용 신간을 제공합니다. 보통 새 책을 찍자마자 언론사별로 한 권씩 보냅니다. 기자들은 서점에 책이 풀리기 며칠 전에 신간을 살펴봅니다.
무수한 경쟁 책들, 언론사마다 다양한 관점…. 문학담당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나의 책에 관심을 쏟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바로 지난달 말 출간된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신작 <인생의 역사>. 신 평론가가 ‘공무도하가’, 김수영의 ‘봄밤’, 윌리엄 셰익스피어 ‘소네트 73’ 등 동서고금의 시 25편을 읽고 쓴 책입니다. 시에 대한 평론과 에세이 사이를 오가는 글들입니다.
신 평론가의 4년 만의 새 책이에요. 신 평론가는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죠. 저도 다른 분야를 담당하는 동료 기자들로부터 이 책 출간 전부터 "혹시 신형철 평론가의 새 책 언제 나오는지 아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출판사(난다)에서는 지난달 취재용으로 언론사마다 <인생의 역사>를 한 권씩 배송했죠. 문학기자들은 이 책을 사수하느라 난리가 났습니다.
모 신문사 문학기자는 "문화부 자리에 책을 뒀더니 다른 분야 기자들이 책을 살펴보고 싶다고 찾아오거나, 심지어는 말 없이 책을 빌려가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서점에 책이 깔리기 전에 신문사에 책이 도착해 있으니 얼른 펼쳐보고 싶었던 걸까요.
또 다른 언론사의 문학기자는 "얼마 전 다른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이 책을 사서 읽는 중인데 내용이 좋으니 서둘러 서평을 써달라'고 했다"며 "새삼 신 평론가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하더라고요.
책 읽는 사람들이 갈수록 귀합니다. 한국 문학 독자 수가 줄고 관련 논의가 위축되면서 '평론의 위기'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그런 와중에도 신 평론가의 글은 여전히 언론사 안팎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어요. 책은 출간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 2만 부가량 나갔다고 하네요. 2008년 그의 첫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가 출간된 후 벌써 10년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두 번째 평론집을 기다리는 독자도 적지 않아요. 사실 그는 마감을 지키지 않는 평론가로 악명이 높죠. 특유의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글을 수없이 고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두 번째 평론집을 내기로 한 출판사 문학동네에는 종종 그의 평론집 출간 소식에 대한 문의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