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타고 고급차·명품 과시해 수백만명 팔로워
나이지리아의 인플루언서가 미국 로펌 등 외국 업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사기행각을 벌이고 자금세탁을 하며 가로챈 돈으로 호화생활을 한 끝에 미국 연방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 지방법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레이 허시퍼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팔로워 수백만 명을 거느렸던 라몬 아바스(40)에게 징역 11년형과 170만달러(약 23억원) 피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아바스는 2020년 6월 두바이에서 체포됐고 지난해 4월에는 일부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판사에게는 잘못을 뉘우친다는 반성문도 제출했다.

아바스가 구치소 생활을 하는 동안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잠잠했지만, 체포 이후 팔로워는 50만명이 늘었다.

현재 이 계정은 삭제된 상태다.

그는 자신을 '부동산 개발업자'로 소개했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은 그가 2천400만달러(약 330억원) 넘는 돈을 뜯어낸 온라인 해킹, 사기 등을 통해 호화생활 자금을 댄 것으로 파악했다.

아바스와 일당은 은행의 정상적인 계좌송금 요청 이메일인 것처럼 조작하거나 은행원을 사칭하고 가짜 홈페이지를 만드는 방식 등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영국 축구구단 등으로부터 훔쳐낸 돈을 세탁하는 데도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바스는 2019년 북한 해커들이 몰타의 한 은행에서 훔쳐낸 1천470만달러(약 202억원)를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은행들로 이동시켜 세탁하는 것도 도왔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해 2월 북한 해커 3명이 전 세계 은행과 기업에서 13억 달러 이상의 현금과 가상화폐를 빼돌리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는데, 이 해커들이 몰타 은행에서 빼낸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아바스 일당의 네트워크에 의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전 아바스의 인스타그램은 부를 과시하는 호화로운 생활로 도배돼 있었다.

돈뭉치를 흩뿌리는 영상을 게시하는가 하면, 전용기에서 명품 패션을 뽐내는 사진을 올렸다.

벤틀리, 페라리, 벤츠, 롤스로이스 차량이 줄지어 선 가운데 포즈를 취하는 사진을 '#올마인(AllMine)'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올리기도 했다.

그는 2020년에는 "모나코에서 스시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파리에서 디올 스파에서 얼굴 관리를 받기 위해 헬기를 예약하고 난 다음, 구찌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하루를 마감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런 소셜미디어 글과 이미지들은 그에 대한 수사의 단서를 제공했다.

미 수사당국은 아바스의 생일파티 사진, 생일 등을 수사에 활용한 끝에 아랍에미리트(UAE) 당국과 공조해 두바이에서 그를 체포했고 현금과 고급차, 컴퓨터 등을 압수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