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가나전부터 출전 가능성…김민재 '철벽 수비' 특명
한국 축구 대표팀에 지난 한 주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이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불확실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손흥민이 월드컵 출전을 위해 수술을 금요일로 앞당겼다”며 “수술은 기대한 것만큼 잘 진행돼 손흥민의 월드컵 출전은 긍정적”이라고 보도했다. 관건은 이제 얼마나 빠른 속도로 부상에서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벤투호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한국 축구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을 목표로 닻을 올린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파울루 벤투 감독은 오는 12일 최종 명단 26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루과이전(24일)에 손흥민이 못 뛰더라도 대표팀에 승선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표팀은 14일 카타르로 출국할 예정이다. 유럽파들은 각자 소속팀 일정을 마친 뒤 합류한다. 이후 완전체가 모이면 본격적으로 현지 적응 및 조직력 다지기를 하고 본선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목표는 12년 만에 원정 16강”

카타르 월드컵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원정 16강 진출이다. 한국 축구 역대 최고 성적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이다. 이후 원정 대회 최고 성적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16강 진출이다. 전후로는 한 번도 원정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해본 적이 없다. 대표팀은 최근 두 차례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1무2패를 당했고, 2018년 러시아에선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0으로 꺾었으나 1승2패에 머물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인 한국은 카타르 월드컵 H조에서 포르투갈(9위), 우루과이(14위), 가나(61위)와 경쟁을 펼친다. 쟁쟁한 상대들 사이에서 한국은 12년 만의 원정 16강 진출을 목표로 대회에 임할 예정이다.

미국 CBS가 발표한 카타르 월드컵 파워 랭킹에서 한국은 조별리그에 참가하는 32개 팀 중 19위에 불과하다. 16강 진출과 탈락 가능성이 혼재한 팀으로 분류됐다. CBS는 H조에서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이 16강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손흥민 부상 회복이 관건

대표팀의 핵심 전력은 ‘역대 최고 골잡이’ 손흥민(토트넘)과 ‘최강 수비수’ 김민재(나폴리)다. 2021~2022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에서 23골을 넣어 아시아 선수 최초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쥔 손흥민은 대표팀이 가진 최강의 무기다. 올 시즌에서는 공격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 9월 18일 레스터시티전에서 13분 만에 해트트릭과 9월 A매치 2경기에서 모두 골을 기록하면서 경기력에 대한 의심을 지웠다.

손흥민이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해 대표팀에 비상이 걸렸다. 손흥민은 지난 2일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원정경기에서 올림피크 드 마르세유(프랑스)의 수비수 찬셀 음벰바와의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안면 부위를 강타당해 쓰러졌다. 당시 손흥민은 얼굴을 감싸 쥐며 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왼쪽 눈 밑이 크게 붓고 코에서 출혈까지 보였다. 경기 후 팀 동료들과 단체 사진을 찍으며 건재함을 알렸지만 결국 지난 5일 수술대에 올랐다.

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는 오는 24일 우루과이전이다. 손흥민은 수술에서 회복할 시간이 18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손흥민은 이르면 28일 가나전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원정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가나를 무조건 꺾어야 한다. 대표팀의 핵심 멤버이자 주장인 손흥민의 역할은 매우 크다. CBS도 손흥민에 대해 “반드시 지켜봐야 할 선수”라며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전설적인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월드컵 본선에서 2경기 연속·2개 대회 연속 득점에 성공해 3골을 기록했다. 카타르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면 박지성 안정환을 넘어 한국 축구 역대 월드컵 본선 득점 단독 1위에 오른다.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득점으로 박지성(2002년·2006년·2010년)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수비수의 핵심 김민재

수비수의 핵심 김민재(나폴리)도 주목해야 한다. 올 시즌 이탈리아 나폴리 핵심 수비수로 활약하며 유럽 정상급 수비수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이 월드컵에서 빛을 내지 않는다면 벤투 감독이 플랜B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공격이 좋지 않으면 수비는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벤투 감독은 수비 안정을 위해 김민재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며 “지난여름 페네르바체(튀르키예)에서 나폴리로 이적한 뒤 훌륭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호평했다.

여기에 황희찬(울버햄프턴)과 황의조, 황인범(이상 올림피아코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이재성(마인츠),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이 합을 맞출 벤투호가 월드컵에서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