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하는 경찰에게 책임도 짊어지게 하는게 최선인가"
"압사 우려 112 신고는 해마다 있어왔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 A 씨는 1일 익명 게시판에 "이태원 파출소 직원 90%가 20~30대 직원이고 그중 30% 이상은 시보도 끝나지 않은 새내기직원과 기동대에서 현장경험 없는 직원으로 채워져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주말마다 있는 금, 토 야간근무 이태원 지구촌 축제에 연이은 이태원 핼러윈 행사, 주간 연장근무와 3일 연속 야간근무에 대기시간도 없이 112 신고에 뛰어다니며 일했다"면서 "112 신고 있었는데 현장 통제 왜 안 했냐고? 112 신고는 시간당 수십건씩 떨어진다. 그날 이태원파출소 근무직원은 11명이고 탄력근무자 포함 30명 남짓이었다. 평상시에는 금 토 야간에 15명 정도 근무하면서 80~100건의 신고를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12 뛰어다니며 처리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압사 사고를 예상해서 통제하고 있었다면 112 신고는 또 누가 뛰어가서 처리하나"라며 "혹여 강력 사건이라도 발생해서 누군가 죽었다면 왜 가만히 걸어가는 사람들 통제하느라 강력 사건 못 막았냐고 또 비난했을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A 씨는 "10만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했다. 그렇다면 그 대비는 이태원파출소 소속 직원만 해야 했으나"라며 "경찰청, 서울청은 뭐 했나. 일이 터졌고 112신고가 있었으니 책임은 일선 경찰관이 져야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다. 살려달라 손 내밀던 모든 손을 잡아주지 못했고 그 기억이 가시지 않아 괴로워하는 젊은 경찰관들이다"라며 "자신들을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현장 경찰관들에게 사고 책임까지 짊어지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이태원 파출소 직원 B 씨도 게시판에 "몰려든 인파로 압사가 우려된다는 112신고는 매해 핼러윈과 지구촌 축제, 크리스마스 시기마다 있었다며, 당시 근무 중이던 이태원파출소 직원 20명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고 강조했다.
B 씨는 "112 신고 11건 가운데 4건만 출동한 건 나머지 신고의 경우 신고자에게 인파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귀가하라고 안내해 마무리했다"며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아 20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핼러윈 축제와 이태원 지구촌 축제를 대비하며 기동력 경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고, 사고 당일 밤 9시 38분 112상황실장이 안전 우려로 이태원역에 무정차 통과를 전화로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뒤 일부 업소의 경우, 영업 종료를 요청했지만 "별거 아닌 일에 유난 떨지 말라"며 협조를 거부했고, "경찰 코스프레 아니냐" 등 발언을 하며 통제를 무시하는 시민이 매우 많았다고 말했다.
B 씨는 112 신고 관련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는 윤희근 경찰청장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하기 약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11건 접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중 4건의 신고에만 현장에 출동했다. 시민들의 급박한 구조 요청이 쏟아졌지만 경찰이 부실 대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편 윤 청장은 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면서 "사고 직전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를 다수 확인했고,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고 판단된다. 투명하고 엄정하게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