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의 여파로 기업들이 연말 ‘소비 시즌’을 맞아 준비한 마케팅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사회 전체가 애도 분위기에 휩싸인 와중에 소비 분위기를 띄우려는 마케팅 활동이 의도치 않은 역풍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31일 산업계에 따르면 유통·식품 기업은 물론 상당수 대기업이 연말을 맞아 준비한 대형 이벤트들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SSG닷컴 등 온·오프라인 계열사가 참여해 이날부터 열 예정이었던 ‘쓱데이’를 전격 취소했다.

이 행사는 신세계가 연중 펼치는 할인행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신세계 관계자는 “오는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됨에 따라 당분간 쓱데이를 비롯해 상당수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1일부터 ‘십일절’이라는 이름으로 1년 중 가장 큰 할인 행사를 여는 11번가도 특별한 이벤트 없이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15일까지 열리는 국내 최대 쇼핑 축제 ‘2022 코리아세일페스타’도 31일 개막식을 취소한 채 최대한 조용히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다수 기업은 국가 애도 기간에 보도자료 배포를 자제하고, 다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행사·마케팅을 전면 중단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애도 기간이 끝난 뒤로 연말연시 마케팅을 미루거나 최소화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몸을 사리는 것은 꽃다운 젊은이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이에 더해 최근 카카오톡 먹통 및 근로자 사망 사고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그룹 전체가 타격을 받은 카카오그룹, SPC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