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정책 등의 핵심 기준이 되는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의 연도별 데이터 비교 분석 결과가 왜곡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통계 조사 방식을 개편하면서 생긴 데이터의 시계열 단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계청은 지난해 1월 ‘가계동향조사(소비지출) 시계열 연계 연구’ 용역 사업을 발주했지만 2016년 이전과 2019년 이후 통계치를 직접 비교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통계청이 2017년 가계동향조사를 소득조사와 지출조사로 분리하는 개편을 하면서 시작됐다. 2019년에는 다시 소득조사와 지출조사를 통합하는 개편을 시행했다. 3년 만에 주요 통계 지표의 조사 방식과 기준을 두 차례나 바꾼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계 개편의 목적이던 ‘소득주도성장’의 데이터가 당초 의도대로 나오지 않자 조사 방식과 기준을 다시 바꾼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통계청의 이 같은 가계동향조사 개편 결과 가계동향조사의 연도별 비교 분석이 어려워졌다. △2016년 이전 △2017~2018년 △2019년 이후 가계동향조사 데이터들의 조사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용역 연구에서도 이런 시계열 단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소비자물가지수가 왜곡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송 의원은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동향조사를 기반으로 대표 품목을 결정하고 가중치를 산정한다”며 “가계동향조사의 시계열이 단절되면 소비자물가지수의 시계열도 단절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정부가 경기를 판단하고 물가 정책을 수립하는 기초 자료다. 예를 들어 소비자물가지수가 왜곡되면 이에 연동되는 국민연금 지급액 계산도 달라질 수 있다. 현행법상 소비자물가지수에 기초해 각종 인상률 및 보조금을 산정하는 법률은 국민연금법 기초연금법 등 18개에 달한다.

송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가계동향조사 방식을 바꾸면서 소비자물가지수에서도 시계열 단절이 발생했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주기적으로 개편하는 취지는 최근의 소비 패턴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가장 최근에 발표된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통해 그 변화를 파악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