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스커트 입은 '독수리 갑옷'…500년 전 '아이언맨' 서울 온다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KHM)은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600년 이상 오스트리아를 통치하며 내로라하는 유럽 왕실 가문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세기에 걸쳐 열정적으로 수집한 예술품이 수천 점에 달한다.

KHM에는 다른 박물관엔 없는 자랑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보존 및 복원 실력을 자랑하는 ‘황실 무기고 박물관(Imperial Armoury Museum)’이다. 10일 이 박물관 수장고에서 만난 슈테판 크라우스 관장(사진)은 500년 전 황실에서 사용하던 갑옷과 칼, 총 등 국보들을 조심스럽게 분해, 포장하고 있었다. 이들 문화재는 모두 이달 25일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되는 ‘합스부르크 600년-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에 보낼 작품들이다.

크라우스는 1547년 대공 페르난디트 2세를 위해 제작된 ‘독수리 갑옷’을 소개하며 “16세기 기사 갑옷은 호화로운 스포츠 장비이자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한 귀족의 복식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스커트 형식의 갑옷은 유럽 전역을 통틀어 매우 보기 드문 양식”이라고 덧붙였다. 강철로 만들어진 이 갑옷의 무게는 21.58㎏. 총 87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까지 보존된 가장 큰 규모의 갑옷 세트로 모듈식 시스템을 자랑한다. 이날 황실 무기고 박물관의 연구원들은 서울 전시를 위해 이 부품들을 조심스럽게 분해하고 닦아낸 뒤 항습 장치 안에 꼼꼼히 포장했다.

“독수리 갑옷은 당시 인스부르크의 갑옷 장인 외르크 세우센호퍼와 조각가 한스 페르크하머가 만들었어요. 고대 오스트리아의 전령인 금빛 독수리 장식이 화려하게 수놓인 장엄한 보물입니다. 당시 제작비만 1258길더였는데, 이는 고등법원 관리 연봉의 12배에 달했습니다.”

KHM의 황실 무기고 박물관엔 이 밖에도 수백 점의 갑옷과 총, 황실에서 대를 물려 내려온 칼 등이 보관돼 있다. 보존과 복원이 필요한 세계 각국의 무기들이 대부분 이곳에 모여 전문가들의 손을 거친 뒤 다시 고국으로 돌아간다.

“500년 전 강철로 만든 옷들은 유럽의 군사와 문화 생활을 지배한 기록입니다. 갑옷 기사의 이미지는 여전히 많은 언어와 문화에 영향을 미치죠. 종교와 이념, 성별에 상관없이 갑옷은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왔습니다.”

KHM는 서울 전시에서 ‘황제 막시밀리안 1세 갑옷’(1492), ‘뷔르템베르크 공작 울리히의 마상 시합 갑옷’(1525~1530),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 권총’(1857) 등을 선보인다.

빈=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