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루게릭병) 신약으로 아밀릭스 파마슈티컬스의 ‘릴리브리오’(성분명 페닐부티르산나트륨·타우루르소디올)를 승인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루게릭병 치료제의 FDA 승인은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의 에다라본이 2017년 허가받은 후 5년 만이다.릴리브리오는 세포 속 소기관인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를 완화해 신경세포 사멸을 막는 기전의 먹는(경구용) 약이다. 1포의 약을 실온의 물에 타서 간식이나 식사 전에 복용한다. 첫 3주간은 하루 1포씩 먹다가 3주 후에는 하루 2회 1포로 복용량을 늘린다. 릴리브리오는 ‘알브리오자’라는 제품명으로 지난 6월 캐나다 보건부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미국에서의 품목허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아밀릭스는 작년 11월 임상 2상 결과를 근거로 FDA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 3월 FDA 산하 말초및중추신경계약물 자문위원회(PCNSDAC) 회의에서 위원 중 10명 중 6명이 품목허가에 반대했다. 제출된 데이터가 약물의 효능을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자문위 회의 이후 FDA는 처방의약품신청자비용부담법(PDUFA)에 따른 승인검토 기한을 기존 올 6월 29일에서 9월 29일로 연기했다. 아밀릭스는 첫 자문위 회의 이후 릴리브리오가 위약 대비 루게릭병 환자들의 수명을 10개월 가까이 연장할 수 있다는 새로운 분석 결과를 제출했다. 그러나 자문위 2차 회의에 앞서 공개된 FDA 문서도 승인에 부정적이었다. 독립성이 지적된 기존 2상 자료를 기반으로 한 분석인 만큼 같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2차 회의에서는 반전이 일어났다. PCNSDAC는 릴리브리오의 승인을 권고했다. 업계에서는 릴리브리오의 안전성 우려가 크지 않고 ALS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크다는 점 등을 자문위가 고려한 것으로 해석했다. 기존 FDA에서 승인된 루게릭병 치료제는 사노피의 리루졸과 에다라본 둘 뿐이다. FDA는 PCNSDAC의 권고를 받아들여 릴리브리오의 승인을 결정했다. 빌리 던 FDA 신경과학약물평가및연구센터 국장은 “이번 승인은 치료법이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인 ALS에 대한 또 다른 치료 대안을 제공한다”며 “FDA는 추가적인 ALS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아스템·헬릭스미스, ALS 임상 중ALS는 수의근을 조절하는 신경세포를 사멸시키는 퇴행성 질환이다. 수의근은 씹기, 걷기, 호흡하기, 말하기 등을 제어하는 근육이다. ALS 환자는 근력이 약화되고 전신에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처음 나타난 후 3~5년 이내에 호흡 부전으로 사망한다. 미국에서 매년 약 5000명이 ALS를 진단받는다. 약 2만명의 미국인 환자가 있다.국내 기업들도 루게릭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코아스템은 골수 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 3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 중이다. 연말 혹은 내년 1분기 내로 환자 등록 완료한다는 목표다.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는 두 종류의 간세포성장인자(HGF)를 발현하도록 설계된 플라스미드DNA 기반의 유전자 치료제다. 근육세포의 퇴행 속도를 늦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2a상까지의 결과에서 안전성을 확인했다. 지뉴브는 손상된 신경세포의 자가포식(autophagy) 활성을 높이는 ‘SNR1611’로 국내 1·2a상을 진행 중이다. 총 30명 중 마지막 환자군 10명에 대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엔티파마는 ‘크리스데살라진’의 2상을 준비 중이다. 염증과 활성산소를 제거하도록 고안한 다중표적 약물이다. 올리패스는 운동신경세포의 STMN2 단백질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리보핵산(RNA)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90% 이상의 루게릭병 환자에게서 STMN2 단백질의 감소가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함께 개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 알츠하이머 항체치료 후보물질 레카네맙이 임상 3상 시험에서 인지장애 지연 효과를 입증했다.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라는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 대한 부정적 평가까지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바이오젠은 27일(현지시간)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한 레카네맙의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에서 레카네맙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치료 18개월차 환자들의 인지 기능 평가 지수(CDR-SB)가 위약군 대비 얼마나 나아지는지를 1차 평가 지표로 삼았다. 이날 바이오젠은 레카네맙 치료를 받은 환자의 27%에게서 임상 증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레카네맙이 치매 환자의 인지 감퇴 속도를 27% 정도 늦췄다는 의미다.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양전자 단층촬영(PET)으로 확인하는 영상검사 등 2차 지표에서도 레카네맙 투여 환자군은 대조군보다 개선 효과를 보였다. 레카네맙을 투여한 환자에게선 뇌부종 등 부작용이 좀 더 많이 확인됐다. 레카네맙 투여군의 21.3%가 뇌 부종 등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이상(ARIA)을 호소했다. 가짜약 투여 환자군에게 ARIA가 생긴 비율은 9.3%였다.20여년 간 많은 제약사와 연구진이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입증에 도전했지만 완전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최근엔 2006년 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미네소타대의 알츠하이머 연구 결과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레카네맙은 뇌 속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뭉치는 것을 막는 단일클론항체치료제다. 이번 연구는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을 입증하는 연구로는 가장 큰 규모였다. 레카네맙이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을 입증한 첫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앞서 출시한 항-아밀로이드 베타 치료제 아두헬름의 제한적 사용 탓에 사면초가에 놓인 바이오젠이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레카네맙의 조건부 시판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내년 1월6일께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에자이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여름께 정식 허가를 받아 미국 보험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미국 전문가들은 레카네맙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11월께 CTAD 2022(Clinical Trials on Alzheimer's Disease) 등을 통해 정식 데이터가 공개되면 이를 본 뒤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론 슈나이더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통계적으로 긍정적인 결과지만 치료 효과 면에선 크지 않다"고 했다.레카네맙의 1차 평가 지표로 삼은 CDR-SB 점수에 대해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미국 의학전문지 스탯은 분석했다. 통상 CDR-SB 점수는 인지영역을 6개로 나눈뒤 0~18점까지 점수를 매긴다. 점수가 높을수록 심각한 치매다. 18개월 간 매달 두번 레카네맙의 정맥주사를 받은 환자들의 이 점수는 가짜약 투여군보다 0.45점 낮았다.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수치다. 앞서 아두헬름은 이 수치를 0.39점까지 낮췄지만 두번째 연구에선 이를 충족하는 데 실패했다.문제는 이렇게 점수가 개선돼도 환자 삶에는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수치가 1점에서 1.5점으로 올라가면 스스로 운전할 수 없게 되는 등 변화가 크다. 하지만 14점에서 14.5점으로 올라가는 것은 중증 치매 환자에겐 큰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레카네맙 투여군에서 뇌부종 등 부작용 발생 환자가 비교적 많은 탓에 통계적 오류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마이클 그레시우스 스탠포드대 교수는 "환자에게 ARIA가 있으면 가짜약이 아닌 진짜약을 투여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연구 편향이 생길 수 있다"며 "진짜 약효를 확인하려면 ARIA가 없었던 환자군만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레카네맙을 시작으로 알츠하이머 관련 주요 연구가 연이어 발표될 전망이다. 로슈도 CTAD 2022에서 간테네루맙 데이터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라이릴리는 내년 상반기 도나네맙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일본 시오노기제약은 먹는(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S-217622'(제품명 조코바)의 아시아 임상 2·3상의 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했다고 28일 밝혔다. 임상은 코로나19 경증 및 중등도 증상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위약과 비교해 조코바의 증상 개선 등을 평가했다. 일본 한국 베트남 등에서 1821명의 환자가 등록됐고, 대다수의 환자는 이전에 백신 접종을 받았다. 주요 평가지표는 증상 발생 72시간 이내에 환자에서 오미크론 변종 감염의 다섯 가지 주요 증상(코가 막히거나 콧물, 인후통, 기침, 뜨겁거나 발열 느낌, 피로감)을 해소한 시간이었다. 다섯 가지 증상은 후생노동성(MHLW), 일본 의약품및의료기기청(PMDA),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포함한 의료 전문가 및 규제 당국과 협의해 선정됐다는 설명이다. 증상 해소 시간은 위약에 비해 저용량(일본 승인 신청 용량)의 조코바를 투약한 사람에게서 현저하게 감소했다고 했다. 167.9시간 대 192.2시간으로 24시간 이상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p값=0.04)를 보였다는 것이다. 심각한 부작용이나 사망은 없었다.시오노기제약은 "조코바의 일본 긴급 승인은 3상 결과에 따라 검토가 계속될 것"이라며 "3상의 주요결과(톱라인)는 MHLW 및 PMDA에 보고됐다"고 했다. 이어 "데이터 분석 및 추가 제출 서류의 작성을 계속하는 동안 조코바의 승인에 대한 검토 및 심의를 위해 두 조직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동제약은 시오노기제약과 조코바를 공동 개발 중이다. 일동제약이 한국 임상을 진행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